같은 백신, 같은 사람이 맞아도 효과가 91%와 43%로 갈린다. 차이는 딱 하나, 언제 맞았느냐다. 분만 4주 전까지 맞은 임신부의 아기는 3개월 미만 백일해가 91% 예방됐고, 분만 직전 엿새 안에 맞은 경우는 43%에 그쳤다. 백일해 백신은 맞았느냐 안 맞았느냐보다 며칠에 맞았느냐가 결과를 바꾸는 백신이다. 아래 계산기에 출산예정일만 넣으면 나와 배우자, 아기의 날짜가 한 번에 나온다.
아기는 넉 달 동안 거의 맨몸이다
한국의 백일해 백신 접종 일정은 생후 2개월부터다. DTaP를 2·4·6개월에 세 번 맞고, 15~18개월과 만 4~6세에 두 번 더 맞아 총 다섯 번. 만 12세까지는 국가예방접종이라 전액 무료다.
문제는 첫 접종 전까지다. 그리고 첫 접종을 했다고 바로 방어가 되는 것도 아니다.
호주에서 2005~2009년 생후 2~47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한 사례대조 연구를 보면, 1차 접종만 마친 상태의 백일해 입원 예방효과는 55.3%였다. 2차까지 마쳐야 83.0%로 올라갔다. 아기가 스스로 백일해를 어느 정도 막아내는 시점이 생후 4개월 언저리라는 뜻이다.
그 넉 달을 채우는 것이 두 가지다. 엄마가 임신 중에 만들어 태반으로 넘겨준 항체, 그리고 아기를 안는 어른들의 접종.
왜 하필 임신 27~36주인가
질병관리청은 임신 27~36주 사이 Tdap 접종을 권장한다. 임신 중에 못 맞았다면 출산 2주 이내 접종을 권한다.
이 구간이 나온 이유는 두 가지 시간이 겹쳐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항체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 미국 ACIP는 Tdap 접종 후 최대 면역반응까지 최소 2주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맞으면 오늘부터 방어되는 게 아니다.
둘째, 항체가 아기에게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 태반을 유의미하게 통과하는 항체는 IgG뿐이고, 이 수송은 임신 후반에 몰려 있다. 태아의 IgG 농도는 임신 17~22주에 모체의 5~10% 수준이다가 28~32주에 50%에 이르고, 마지막 4주에 대부분이 넘어간다. ACIP 문서의 표현은 더 단호하다 — 모체 IgG의 능동 수송은 임신 30주 이전에는 실질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두 시간을 합치면 답이 나온다. 너무 이르면 아직 태반이 항체를 넘기지 못하고, 너무 늦으면 항체가 만들어질 시간도 넘어갈 시간도 없다.
같은 구간 안에서도 이른 쪽이 낫다
27~36주 안에만 들어가면 다 같은 게 아니다.
스위스 연구진이 임신 2분기(13~25주) 접종 122명과 3분기(26주 이후) 접종 213명의 제대혈을 비교했다. 백일해 독소 항체(anti-PT) 기하평균농도는 57.1 대 31.1 EU/mL로 이른 접종 쪽이 약 1.9배 높았다. 생후 3개월까지 방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 비율도 80% 대 55%였다.
영국 보건당국이 접종 시점별 백신효과를 따로 본 결과는 더 직관적이다.
| 접종 시점 | 3개월 미만 영아 백일해 예방효과 |
|---|---|
| 분만 28일 이전 | 91% (95% CI 88–94) |
| 분만 7~27일 전 | 91% (95% CI 80–96) |
| 분만 0~6일 전 또는 분만 직후 | 43% (95% CI −35~76) |
분만 직전 접종의 신뢰구간이 마이너스까지 내려간다는 건, 그 시점 접종의 영아 보호 효과를 사실상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맞는 것 자체보다 분만 4주 전까지 끝내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로 영국 NHS는 권고 창구 자체가 더 이르다. 보통 20주에 맞고, 16주부터 가능하며, 32주 이전 접종을 권한다.
출산예정일로 우리 가족 날짜 계산하기
여기까지가 원리다. 실제로 며칠인지는 아래에서 계산하면 된다.
우리 가족 백일해 접종 일정 계산기
출산예정일만 넣으면 임신부·배우자·조부모·아기의 접종 날짜가 한 번에 나옵니다. 입력값은 저장되지 않고 기기 안에서만 계산됩니다.
임신 40주 0일을 예정일로 두고 역산합니다. 실제 접종 여부와 시기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 정하세요.
계산기가 뱉는 날짜는 네 가지다. 임신부 본인의 접종 구간과 그중 최적 구간, 배우자·조부모·돌봄자의 마감일, 아기의 DTaP 예정일, 그리고 아기가 스스로 못 막는 구간의 시작과 끝.
지난 임신 때 맞았는데 또 맞아야 하나
또 맞아야 한다. 그리고 이건 병원 매출이 아니라 항체 감소 때문이다.
ACIP는 건강한 비임신 성인에서 Tdap 항체가 접종 1개월 후 정점을 찍고 1년이 지나면 상당히 감소한다고 정리한다.
실제 데이터도 있다. 평균 13.7개월 전에 Tdap을 맞은 산모 105명의 분만 시 제대혈을 분석한 연구에서, 임신 전 접종군과 임신 초기 접종군 사이에 제대혈 백일해 항체 차이가 없었다. 아기가 생후 2개월에 1차 접종을 시작할 시점의 추정 anti-PT 농도는 5 EU/mL 미만 — 방어에 한참 못 미치는 값이었다.
연속 임신을 추적한 2024년 연구에서는 둘째 분만 시 제대혈 anti-PT가 첫째 때의 114.1에서 59.8 IU/mL로 약 48% 떨어졌다. 흥미로운 건 산모 본인 혈중 농도는 비슷했다는 점이다. 아기에게 넘기는 효율 자체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다. 질병관리청의 현행 공식 문구는 “과거 Tdap 접종력이 없는 임신부에게 권장”이다. “매 임신마다”를 명시한 국내 1차 문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항체 감소를 근거로 이후 임신마다 재접종을 권하고 있고, 성남·관악·송파 등 지자체 사업도 “매 임신 시 1회”로 운영된다.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 함께 하는 것이 맞다.
온 가족이 다 맞으면 되는 것 아닌가 — 코쿠닝의 실제 효과
아기 주변 어른들이 다 맞아서 면역 고치를 만드는 방식을 코쿠닝(cocooning)이라 부른다. 질병관리청도 12개월 미만 영유아를 돌보는 가족과 의료종사자의 접종을 권한다.
그런데 코쿠닝의 성적표는 생각보다 겸손하다.
미국 휴스턴의 한 병원이 산후 접종과 코쿠닝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생후 6개월 이하 백일해 영아를 비교했다. 진단 시 연령도, 입원율도 유의미하게 달라지지 않았다. 논문 결론은 이랬다 — 산후 접종과 코쿠닝은 생후 6개월 이하 영아의 백일해를 감소시키지 못했다.
호주 NSW의 정부지원 코쿠닝 프로그램 연구에서는 부모 양쪽이 모두 접종된 경우에만 4개월 미만 영아의 백일해 위험이 51% 감소했다. 신뢰구간은 10~73%로 넓다.
이유는 감염원 분석에서 드러난다. 미국에서 1세 미만 백일해 1,306건을 조사했더니 감염원이 확인된 건 43.6%뿐이었고,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형제(35.5%)였다. 감염원의 중위연령은 14세. 코쿠닝이 대상으로 삼는 부모·조부모 바깥에서 균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CDC의 문장은 더 노골적이다 — 코쿠닝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며, 코쿠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순서가 있다. 임신 중 접종이 먼저고, 가족 접종은 그 위에 얹는 보험이다. 임신 중 접종의 예방효과는 여러 나라에서 90% 안팎으로 일관되게 재현됐지만, 코쿠닝의 최고 추정치는 51%였다.
왜 이렇게 자주 맞아야 하는 백신이 됐나
궁금증 하나가 남는다. 어릴 때 다섯 번을 맞았는데 왜 어른이 되어 또 맞아야 하나.
지금 쓰는 백신이 무세포 백신(aP)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전의 전세포 백신(wP)은 부작용이 많아 무세포 백신으로 바뀌었는데, 이 백신은 방어 지속기간이 짧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DTaP 5차 접종을 마친 4~12세를 추적한 결과, 접종 후 매년 백일해 위험이 평균 42%씩 증가했다. 메타분석에서는 DTaP 5회 시리즈의 초기 효과가 91%지만 연 9.6%씩 감소하고, 청소년기 Tdap을 더한 경우 접종 3년 뒤 49%, 5년 뒤 37%, 7년 뒤 28%로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세포 백신과의 직접 비교도 있다. 오리건주에서 1997~1999년생 195,959명을 분석했더니 무세포 백신으로 기초접종을 시작한 아이의 백일해 위험이 전세포 시작군의 1.91배였다.
2024년 국내 백일해 신고가 48,048명으로 폭발했을 때 가장 많이 걸린 연령대가 10~14세(25,141명)였던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초등 고학년쯤 되면 어릴 때 만든 방어력이 상당히 빠져 있다.
즉 어른이 Tdap을 다시 맞는 건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방어력이 빠진 어른이 아기 곁의 감염원이 되는 걸 막는 쪽에 가깝다.
우리 집은 어떻게 했나
둘째 임신 때 아내는 정기 검진을 다니던 병원에서 Tdap을 맞았다. 정확히 몇 주였는지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아내가 맞을 때 함께 맞았고, 5만 원을 냈다. 아내는 임신 바우처로 받은 지원금 안에서 접종비를 냈다. 양가 부모님에게는 접종 이야기를 따로 꺼내지 못했다.
첫째 때와 둘째 때 대응은 비슷했다. 맞고 나서 가장 크게 남은 건 접종비가 생각보다 비싸다는 느낌이었다. 무료 접종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자주 묻는 질문
임신 36주가 지났는데 아직 안 맞았습니다. 이제 소용없나요?
소용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기에게 넘어갈 시간이 부족한 건 맞습니다. 영국 데이터에서 분만 0~6일 전 접종은 예방효과가 43%로 떨어졌고 신뢰구간이 넓었습니다. 임신 중에 못 맞았다면 질병관리청은 출산 2주 이내 접종을 권합니다. 이 경우 아기를 직접 보호한다기보다 엄마가 감염원이 되는 걸 막는 쪽 효과입니다.
배우자는 언제까지 맞아야 하나요?
아기를 만나기 최소 2주 전입니다. 항체가 오르는 데 그만큼 걸리기 때문입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권고와 지자체 안내가 모두 이 기준을 쓰고 있고, 청주시·마포구 같은 곳은 아예 “출산예정일 2주 전까지 완료”라고 못 박아 안내합니다. 최근 10년 안에 Tdap을 맞은 적이 없는 경우가 대상입니다.
백일해 백신은 무료인가요?
아기와 어린이는 무료입니다. DTaP 5회와 만 11~12세 Tdap까지가 국가예방접종이라 백신비·시행비 모두 지원됩니다. 만 13세부터는 국가지원 대상이 아니라 전액 본인 부담입니다. 다만 임신부와 배우자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무료 지원하는 곳이 있습니다. 전국 사업이 아니라 지자체 재량이라 사는 곳에 따라 갈립니다.
조부모도 맞아야 하나요?
아기를 자주 안거나 돌볼 예정이라면 권고 대상입니다. 질병관리청도 12개월 미만 영유아를 돌보는 가족의 접종을 권하고, 성남시·의왕시·진천군처럼 양가 조부모까지 무료 지원 범위에 넣은 지자체도 있습니다. 다만 코쿠닝 자체의 효과에는 한계가 보고돼 있으니, 임신 중 접종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
- 아기는 생후 4개월쯤 되어야 스스로 어느 정도 막는다. 그 전까지가 공백이다.
- 임신부 접종은 27~36주, 그중에서도 이른 쪽. 분만 4주 전까지 끝내는 것이 핵심이다.
- 배우자·조부모·돌봄자는 아기를 만나기 2주 전까지.
- 지난 임신 때 맞았어도 항체가 줄어 있다.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 결정하자.
- 가족 접종은 보험이지 주력이 아니다.
날짜부터 확인하는 게 가장 빠르다. 위 계산기에 예정일만 넣어보자. 지역별 무료 지원 여부는 관할 보건소 예방접종실에 전화 한 통이면 확인된다.
지역별 임신·출산 지원금을 계산해 보는 글도 함께 확인해 보자. 생후 6개월, 이유식을 시작하며 정리한 기록도 이어서 볼 수 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접종 여부와 시기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해 정하세요.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입니다.
참고 자료 –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백일해(Pertussis)」 https://nip.kdca.go.kr/irhp/infm/goVcntInfo.do?menuLv=1&menuCd=1120 – 질병관리청 「Q&A로 알아보는 백일해」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23417 – CDC, Vaccinating Pregnant Patients https://www.cdc.gov/pertussis/hcp/vaccine-recommendations/vaccinating-pregnant-patients.html – ACIP, MMWR 2013;62(7):131-135 https://www.cdc.gov/mmwr/preview/mmwrhtml/mm6207a4.htm – Palmeira P et al., J Immunol Res 2012 (모체 IgG 태반 이행)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55/2012/985646 – Eberhardt CS et al., Clin Infect Dis 2016;62(7):829-836 (2분기 vs 3분기 접종) https://academic.oup.com/cid/article/62/7/829/2463039 – Amirthalingam G et al., Clin Infect Dis 2016;63(S4):S236-43 (접종 시점별 VE) https://academic.oup.com/cid/article/63/suppl_4/S236/2526423 – Healy CM et al., Clin Infect Dis 2013;56(4):539-544 (항체 감소) https://pubmed.ncbi.nlm.nih.gov/23097585/ – Healy CM et al., Pediatr Infect Dis J 2015;34(1):22-27 (코쿠닝 한계) https://pubmed.ncbi.nlm.nih.gov/24992123/ – Quinn HE et al., Pediatrics 2014;134(4):713-720 (코쿠닝 51%) https://pubmed.ncbi.nlm.nih.gov/25225136/ – Skoff TH et al., Pediatrics 2015;136(4):635-641 (감염원 분석) https://europepmc.org/article/MED/26347437 – Quinn HE et al., Pediatrics 2014;133(3):e513-9 (DTaP 회차별 VE) https://pubmed.ncbi.nlm.nih.gov/24515514/ – Klein NP et al., NEJM 2012;367:1012-1019 (DTaP 방어력 감소) https://pubmed.ncbi.nlm.nih.gov/22970945/ – Liko J et al., NEJM 2013;368:581-582 (aP vs wP)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c1212006 –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 주요통계 https://dportal.kdca.go.kr/pot/is/summaryEDW.do – NHS, Whooping cough vaccination in pregnancy https://www.nhs.uk/pregnancy/keeping-well/whooping-cough-vacc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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