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영유아 RSV 항체주사를 국가가 부담한다. 한국은 2025년 2월 허가 이후 지금까지 전액 자부담이고, 한 번 맞는 데 60만~70만원이 든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제도를 조사하기 전까지 RSV라는 이름 자체를 처음 들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랬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해외 여러 나라는 국가가 접종을 지원하고, 한국은 한 번에 수십만 원을 부모가 내야 하는 주사였다. 몰라서 접종 시기를 놓치는 부모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효과가 의심스러워서가 아니다. 이 주사는 이미 유럽에서 영아 입원을 8할 가까이 줄인 실사용 데이터를 쌓았고, 국내 비용효과 분석도 2025년에 나왔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한국의 제도가 이 주사를 ‘백신’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어느 제품을 언제 맞히는지, 아브리스보와 베이포투스가 어떻게 다른지는 네이버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이 글은 그 뒷이야기, 그러니까 왜 이 돈을 부모가 내고 있는지를 다룬다.
스페인이 먼저 했고, 결과가 나왔다
세계 최초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이다. 2023년 9월, 니르세비맙(베이포투스)을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넣었다. 시범이 아니라 그 시즌 태어난 아기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2024년 중반에 나온 결과가 이렇다. 접종한 6개월 미만 영아의 RSV 입원율이 접종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82% 낮았다. 임상시험 숫자가 아니라 실제 지역사회에서 관찰된 값이다.
이 82%라는 숫자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허가의 근거가 된 HARMONIE 임상에서 RSV 관련 하기도감염 입원 감소율이 82.7%였는데, 현장 데이터가 거의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임상에서 잘 나온 약이 현장에서 무너지는 일은 흔하다. 여기서는 그러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96%를 맞혔다
규모로 보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가 더 인상적이다. 2025년 1월 기준 5만 2천 명 넘는 영아가 맞았고, 접종률이 96%에 달했다.
그 결과 지역 의료 부담이 이렇게 움직였다.
| 항목 | 도입 전 | 도입 후 |
|---|---|---|
| RSV 관련 병원 방문 | 5,800건 | 1,500건 (약 75% 감소) |
| 응급실 방문 | 2,350건 | 600건 미만 (약 74% 감소) |
아일랜드는 국가예방접종자문위원회가 시즌 중 전체 영아 접종을 권고했고, 벨기에는 산과학회들이 공동으로 2025-26 시즌을 앞두고 우선 접종을 권고했다. 독일과 포르투갈도 국가예방접종 편입을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 이 주사는 이미 “맞힐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다 맞히지”의 문제다.
한국은 왜 아직인가
이유는 크게 셋이다. 그리고 셋 중 어느 것도 “효과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첫째, 분류 문제다. 한국은 단일클론항체를 백신과 다른 범주로 취급한다. 베이포투스와 엔플론시아는 백신이 아니라 항체를 직접 넣어주는 주사다. 몸이 스스로 항체를 만들게 자극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항체를 빌려주는 방식이다.
의학적으로는 예방 목적이 같은데, 행정적으로는 다른 서랍에 들어간다. 국가예방접종 사업은 ‘백신’ 서랍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그래서 이 주사는 효과와 무관하게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는 것부터 순탄치 않았다.
둘째, 국내 근거가 최근에야 쌓였다. 국가예방접종 편입에는 우리나라 인구·의료비 구조에 맞춘 비용효과 분석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좋다는 것만으로는 예산이 움직이지 않는다.
셋째, 아는 부모가 적다. 이건 제도 문제라기보다 결과에 가깝다. 국가예방접종에 없으니 보건소에서 안내받을 일이 없고, 병원에서 먼저 권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를 모른 채 지나간다. 수요가 안 보이면 정책 우선순위도 밀린다.
국내 비용효과 분석은 이미 나왔다
두 번째 이유는 사실상 해소됐다. 경희대 약학대학 서혜선 교수 연구팀이 국내 비용효과 분석을 수행해 2025년 9월 국제학술지 Human Vaccines & Immunotherapeutics에 실었다.
결론이 명확하다. 12개월 미만 영아 전체와 24개월 미만 고위험군에 접종하는 쪽이, 고위험군만 골라 접종하는 쪽보다 비용효과적이었다.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외래·입원 비용, 합병증 치료비, 보호자의 생산성 손실, 조기 사망에 따른 경제적 손실까지 넣어 계산한 결과다.
“전체에 놓는 게 선별해서 놓는 것보다 싸다”는 말이 직관에 어긋나 보이지만, 입원 한 건이 막는 비용이 주사 여러 대 값을 넘기 때문이다. 국가예방접종에 편입될 경우 연간 400억원 규모의 절감 잠재력이 있다는 추정도 제시된 바 있다.
다만 이 추정치는 가정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값이다. 확정된 정부 산출이 아니라 도입 논의의 참고 근거로 보는 것이 맞다.
이미 움직인 신호가 하나 있다
2025년 10월 1일부터 베이포투스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됐다. 국가예방접종은 아닌데, 접종력은 국가 시스템에 남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작아 보여도 의미가 있다. 지원 사업을 하려면 누가 언제 맞았는지 파악되는 게 먼저다. 관리 체계가 먼저 깔리고 지원이 뒤따르는 순서는 다른 접종에서도 밟았던 경로다.
부산대병원 최수한 교수는 이 주사도 기존 백신처럼 국가 시스템 안에서 관리되고, 정부 지원으로 가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의 방향은 대체로 한쪽으로 모여 있다.
여기에 2026년 8월 13일, 화이자의 임신부용 RSV 백신 아브리스보가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쪽은 분류상 명백한 ‘백신’이다. 아기 항체주사가 걸렸던 분류 문제를 이 제품은 겪지 않는다. 앞으로 논의가 어느 쪽에서 먼저 풀릴지 지켜볼 지점이다.
그래서 지금 부모는 어떻게 하나
기다릴지 맞힐지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판단에 도움이 될 사실 몇 가지가 있다.
RSV 유행 시즌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다. 2세 미만 영아의 약 90%가 이 시기에 한 번은 RSV에 걸린다. 대부분은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생후 6개월 미만에서 입원으로 가는 비율이 가장 높다. 그래서 첫 겨울이 관건이다.
국가지원을 기다린다면 그 사이 첫 겨울이 지나간다는 게 문제다. 제도가 언제 바뀔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아기의 첫 시즌은 한 번뿐이다. 반대로 60만원이 지금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라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부터 병원에서 확인해 볼 만하다. 이 경우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지자체 지원은 지금도 계속 생겨나는 중이다. 서울시가 2025년 11월 시민 대상 안내를 낸 적은 있지만 비용 지원 사업은 아니었다. 다만 예방접종 관련 지자체 사업은 해마다 새로 편성되니, 거주지 보건소에 한 번 문의해 보는 것은 손해 볼 일이 없다.
마무리
이 주사가 국가예방접종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효과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가 아직 이 형태의 예방약을 담을 서랍을 만들지 못해서다. 근거는 이미 국내외로 쌓였고, 접종력 관리도 시작됐다.
다만 그 서랍이 언제 만들어질지는 아직 공개된 일정이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각 가정이 60만원과 첫 겨울 사이에서 판단해야 한다. 답답한 문장이지만 이게 2026년 8월 현재의 상황이다.
이 페이지는 국가예방접종 편입 논의에 진전이 있으면 갱신한다.
이 글은 제도와 근거를 정리한 것이고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는다. 접종 여부와 시기는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진료에서 결정해야 한다.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이며 제도와 가격은 바뀔 수 있다.
마지막 수정: 2026년 8월 26일
참고 자료
- 의협신문. 『RSV 예방위한 베이포투스 접종의 국내 비용효과 확인』. 경희대 약학대학 서혜선 교수팀 연구 (Human Vaccines & Immunotherapeutics, 2025).
doctorsnews.co.kr - 메디파나뉴스. 『베이포투스, 유럽서 RWD로 RSV 예방 입증…韓 NIP는 언제쯤』.
medipana.com - 히트뉴스. 『정부, 영유아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 접종력 관리 시작』.
hitnews.co.kr - 헬스경향. 『찬바람 불면 더 걱정인데…“아이 RSV 예방접종비용 너무 부담돼요”』.
k-health.com -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 『영유아를 위한 새로운 방패 —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 예방 주사』. 2025년 11월.
news.seoul.go.kr - 머니투데이. 『화이자 RSV 백신 아브리스보 국내 허가…임신부 접종으로 영아 예방』.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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