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어도 아기는 씹는다 | 고기와 지방 이유식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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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이가 없으니 못 씹는다.

나도 그렇게 알았다. 다들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런데 이 문장은 순서가 거꾸로 서 있었다.

1편에서 시판 이유식을 처음 열어봤을 때 이야기를 했다. 소고기크림진밥, 닭고기야채죽 같은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재료가 거의 보이지 않는 흰죽에 가까웠다는 이야기다. 그때 찜찜했던 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앞선 편들에서 다뤘고, 남은 하나가 이번 편의 주제다.

왜 이렇게 묽어야 하는가.

아기는 이가 아니라 잇몸과 혀로 씹는다

씹기라고 하면 어금니로 음식을 으깨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가 없는 아기는 씹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기가 음식을 처리하는 방식은 어른과 다르다.

생후 6개월에서 9개월 사이에 저작 운동, 그러니까 씹는 동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턱을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단순한 형태다.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혀를 입천장 쪽으로 밀어 올려 음식을 으깬다. 단단한 잇몸과 입천장, 그리고 혀의 힘만으로도 부드러운 덩어리는 충분히 뭉갠다.

비슷한 시기에 혀가 좌우로 움직이는 능력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음식을 입 안에서 한쪽으로 옮겨 잇몸으로 처리하게 된다. 다만 이건 몇 달 만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정교해진다.

어른처럼 턱을 회전시키며 씹는 동작은 그 뒤로 서서히 발달한다.

여기서 하나 짚어둘 게 있다. 이 월령들은 평균에 가까운 목표점이지 기준선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구강운동 기능이 나타나는 시점은 기능에 따라 6개월에서 26개월까지 벌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아래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 아이가 몇 개월인데 아직 안 되네, 하는 식으로 읽지 않았으면 한다.

이가 나도 씹는 이는 아니다

이가 나는 순서를 보면 이 얘기가 더 분명해진다.

제일 먼저 올라오는 건 아래 앞니다. 대개 6개월에서 10개월 사이다. 그다음이 위 앞니고, 그 옆의 작은 앞니가 이어서 나온다. 그러니까 돌 무렵까지 아기 입에 있는 건 앞니뿐이다.

앞니는 자르는 이다. 베어 무는 데 쓰지 으깨는 데 쓰지 않는다. 음식을 갈아서 삼킬 수 있게 만드는 건 어금니 몫인데, 어금니는 앞니보다 한참 뒤에 나온다. 자료마다 시기를 잡는 폭이 다르고 개인차도 크지만, 앞니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무렵에야 첫 어금니가 올라오기 시작하고 두 번째 어금니는 그보다도 훨씬 뒤다.

순서도 흔히 아는 것과 다르다. 앞니 다음에 송곳니가 아니라, 앞니 다음이 어금니고 송곳니는 그 뒤다.

그러니 이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씹기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어른처럼 갈아 씹을 도구가 다 갖춰지는 건 이유식이 끝나고도 한참 뒤다. 이유식 기간 내내, 그리고 돌이 지나고도 한동안, 아기는 원래 잇몸으로 씹는다.

이가 없어서 못 씹는 게 아니다. 이 시기의 씹기는 원래 이가 하는 일이 아니다.

이 월령도 개인차가 크다. 돌이 다 되도록 이가 하나도 안 난 아이도 있고 그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씹기 연습과 이가 나는 속도는 별개로 굴러간다고 보는 게 맞다.

씹기는 기다리면 오는 게 아니다

씹기는 이가 나면 저절로 생기는 기능이 아니다. 운동 능력이다. 걷기나 말하기처럼, 몸을 반복해서 써봐야 늘고 안 써보면 늘지 않는다.

걷기를 떠올리면 쉽다. 다리 힘이 다 붙은 다음에 걷기 시작하는 아기는 없다. 넘어지고 짚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걷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리 힘이 붙는다.

씹기도 그렇다. 혀로 음식을 옮기는 것, 얼마나 씹어야 삼킬 수 있는지 가늠하는 것, 입 안 어디에 음식을 둬야 하는지 아는 것. 전부 해봐야 아는 일이다. 실제로 먹는 동작은 경험이 쌓일수록 정확해지고 흔들림이 줄어든다.

그런데 연습을 하려면 연습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묽은 죽에는 그게 없다. 씹을 것도 없고 혀로 굴릴 것도 없으니, 한 그릇을 다 비워도 씹기는 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다들 묽은 죽부터 시작할까

2편에서 곡물 죽이 어떻게 이유식의 기본값이 됐는지를 다뤘다. 질감도 비슷한 얘기다.

묽은 죽은 아기의 발달에 맞춰 설계된 형태가 아니다. 먹이는 사람이 안심하기 좋은 형태다.

사레들 위험이 적어 보이고, 숟가락으로 떠먹이기 편하고, 아이가 뱉어도 치우기 쉽다. 전부 어른 쪽 사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이것일 것이다.

무서워서.

오해를 줄이기 위해 하나만 덧붙인다. 곱게 으깬 음식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시작하는 며칠, 몇 주에는 그게 맞을 수도 있고 아이 상태에 따라 더 오래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형태에서 몇 달씩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이 글이 겨냥하는 건 첫 숟갈의 묽기가 아니라 거기 머무는 기간이다.

“그러다 목에 걸리면?”

질감을 올리자는 말에 곧바로 나오는 반응이 목 막힘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이 얘기부터 하고 넘어가려 한다.

먼저 헛구역질과 질식을 구분해야 한다.

헛구역질은 보호 반사다. 아기 입 안쪽으로 너무 큰 덩어리가 들어오면 몸이 그걸 다시 앞으로 밀어내 삼키지 못하게 막는다. 이때 아기는 소리를 내고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이 날 수 있지만 숨은 쉬고 있다. 기침을 하고, 울고, 웩웩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기도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질식은 다르다. 기침도 울음도 제대로 못 하고, 숨을 들이쉬려는데 소리만 나거나 아예 아무 소리도 안 난다.

여기서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입술이 파래지는 것을 질식의 신호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데, 청색증은 늦은 신호다. 그걸 보고 판단하려고 기다리면 이미 시간을 많이 쓴 뒤다.

판단 기준은 색이 아니라 기침과 숨이다. 다만 소리가 나느냐 안 나느냐로만 갈라서는 안 된다. 소리가 나더라도 기침이 약하고 숨을 제대로 못 쉬는 상태가 있기 때문이다. 봐야 할 건 기침이 힘있게 나오는지, 숨이 제대로 들어가는지다.

  • 크고 힘있게 기침하고, 울고, 숨을 쉴 수 있다 → 기도가 아직 열려 있다. 계속 기침하도록 두고 곁을 지킨다. 등을 두드리거나 입에 손을 넣지 않는다.
  • 기침이 약하거나 소리가 나지 않고, 숨을 제대로 들이쉬지 못한다 → 즉시 도움을 요청하고 개입한다. 119에 신고하고 영아 기도폐쇄 응급처치를 시작한다. 청색증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 반응이 없어진다 → 심폐소생술로 전환하고 119 지시를 따른다.

이 세 줄은 판단의 방향을 잡아두려는 것이지 응급처치 매뉴얼이 아니다. 실제 손동작은 글로 읽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그 상황에서는 검색할 시간도 없다. 덩어리를 시작하기 전에 공인 기관의 안내를 미리 읽어두고, 가능하면 교육을 한 번 받아두는 게 맞다. 소방서와 보건소의 심폐소생술 교육에 영유아 과정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고 소아과에서도 안내받을 수 있다.

이걸 전제로 깔고 나서야 나머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헛구역질 반사가 일어나는 위치가 발달과 함께 바뀐다는 점이다. 신생아는 혀의 가운데쯤에서 반사가 일어나는데, 크면서 이 지점이 점점 목 안쪽으로 물러난다.

말하자면 아기는 헛구역질을 겪으면서 음식을 입 안 어디에 둬야 하는지, 어디까지 씹어야 삼킬 수 있는지를 익힌다. 헛구역질 자체가 씹기 학습의 일부다.

그럼 덩어리를 주면 질식이 늘어날까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연구가 뉴질랜드에서 나왔다. 2016년 소아과학회지 『Pediatrics』에 실린 BLISS 연구다.

이 연구가 중요한 건 설계 때문이다. 앞 편들에서 계속 얘기했듯 대부분의 영양 연구는 이미 벌어진 일을 나중에 들여다본 것이라 원인과 결과를 가르기 어렵다. 그런데 BLISS는 아기 206명을 무작위로 두 방식에 배정한 실험이었다. 스스로 덩어리와 핑거푸드를 집어먹는 방식과 숟가락으로 떠먹이는 방식으로 나눠 비교했다. 관찰이 아니라 실험이고, 그만큼 결론의 무게가 다르다.

다만 여기서 비교된 건 그냥 덩어리를 주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주도 쪽 부모들은 질식 위험을 낮추는 안전 교육을 따로 받았다. 그러니 이 연구가 검증한 건 덩어리 그 자체가 아니라 안전 지침이 함께 간 덩어리였다.

그 조건에서, 두 방식 사이에 질식 발생 건수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헛구역질은 6~7개월에 덩어리 쪽이 더 잦았다가, 8~9개월이 되자 오히려 숟가락 쪽이 더 잦아졌다. 일찍 연습한 아이들이 더 빨리 능숙해졌다고 읽힌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이 연구를 절반만 읽은 것이다.

같은 연구에 다른 숫자가 있다. 생후 6개월에서 8개월 사이에 전체 아기의 35%가 최소 한 번 질식을 경험했다. 어느 한쪽 그룹 얘기가 아니다. 양쪽 다 그랬다.

연구진이 결론에 덧붙인 내용은 더 무겁다. 두 그룹 모두 상당수 아기에게 질식 위험이 있는 음식이 제공됐고, 먹는 동안 일관되게 면밀히 관찰되지는 않았으며, 양쪽 그룹 모두에서 소수의 심각한 질식 사건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연구가 보여준 건 덩어리가 안전하다는 사실이 아니다. 여기서 안전의 전제로 함께 묶여 있던 건 음식의 형태와 지켜보는 눈, 그리고 사전 안전 교육이었다. 셋 중 무엇이 얼마나 기여했는지까지 이 연구가 갈라준 건 아니다. 다만 숟가락이냐 덩어리냐가 갈림길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숟가락으로 떠먹인다고 안전한 게 아니었다. 묽게 준다고 안전을 사는 게 아니었다는 뜻이다.

덩어리를 늦게 만난 아이들

위험 문제가 정리됐다면 다음은 시기다.

질감 도입 시기를 실제로 추적한 대규모 연구가 있다. 영국에서 1991~92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수십 년간 따라다니며 조사한 ALSPAC이라는 대형 추적 조사가 있는데, 그 자료를 분석한 2009년 연구다. 아이 7,821명을 덩어리진 음식을 언제 처음 먹였는지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만 7세까지 추적했다.

덩어리 도입 시기비율
6개월 이전12.1%
6~9개월 (기준 그룹)69.8%
9개월 이후18.1%

9개월이 지나서 덩어리를 처음 만난 아이들은 7세가 됐을 때 과일과 채소를 더 적게 먹었다. 먹이기 어려워하고(OR 1.15), 충분히 먹지 않고(OR 1.15), 편식하는(OR 1.16) 경향도 유의하게 높았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같은 변수를 보정한 뒤에도 이 차이는 남았다.

숫자를 조금 풀어두면, OR 1.15는 그럴 오즈가 약 15% 높게 나왔다는 뜻이다. 아이의 15%가 그렇게 된다는 뜻도, 위험이 정확히 15% 늘어난다는 뜻도 아니다. 방향이 뚜렷하게 잡혔다는 정도로 읽으면 된다.

2001년에 나온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덩어리 도입이 늦어질수록 그 시점에 먹이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늘었다.

덩어리 질감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유리한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대략 6~9개월이다. 이 구간을 묽은 죽으로만 채우고 지나간 아이들에게서 나중에 덩어리를 거부하는 경향이 더 자주 보고됐다.

씹기가 안 되는 게 아니라 씹어본 적이 없어서 낯설어하는 쪽에 가깝다.

다만 이 연구도 관찰연구다

앞 편들에서 계속 하던 얘기를 여기서도 해야겠다. 이건 앞의 BLISS와 달리 무작위로 배정한 실험이 아니다. 어머니가 작성한 설문을 바탕으로 이미 벌어진 일을 나중에 들여다본 연구다.

그래서 덩어리를 늦게 준 것이 편식을 만들었는지, 애초에 예민한 아이라 덩어리를 늦게 줄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 설계로는 가를 수 없다. 후자라면 인과가 반대가 된다.

그럼에도 이 연구를 쓰는 건 표본이 크고, 7년이라는 긴 기간을 추적했고, 다른 연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확정된 인과가 아니라 참고할 만한 신호로 읽는 게 맞다.

그리고 하나 더. 이 표에는 6개월 이전에 덩어리를 시작한 그룹도 있지만, 이 글은 그걸 권하는 글이 아니다. 이유식 시작 시점 자체는 6개월 전후가 권장되고, 이 연구는 이미 이유식을 시작한 아이들 사이의 비교다. 여기서 말하는 건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시작한 뒤 질감을 어떻게 옮겨가느냐다.

그래서 지켜야 할 것들

덩어리를 시작하기로 했다면 아래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 아기를 반드시 등받이에 똑바로 세워 앉히고 먹인다. 눕히거나 안고 걸어 다니며 먹이지 않는다.
  • 먹는 동안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잠깐도 예외가 없다.
  • 통 포도, 방울토마토, 동그랗게 썬 소시지처럼 기도를 막기 딱 좋은 크기와 모양은 반드시 세로로 길게 잘라준다.
  • 통견과류는 자르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주지 않는 문제다. 영국 NHS는 만 5세까지 통견과류를 주지 말라고 안내한다. 견과류를 먹이려면 곱게 갈거나 넛버터 형태로 준다.
  • 처음에는 잇몸으로 뭉갤 수 있을 만큼 무른 것부터 시작한다. 손가락으로 눌러서 으깨지는 정도가 기준이다.
  • 헛구역질이 나와도 놀라서 등을 두드리거나 입에 손을 넣지 않는다. 손을 넣으면 음식이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간다. 스스로 밀어내도록 지켜본다.
  • 아이가 먹는 동안 형제가 음식을 건네지 않도록 한다.
  • 앞에서 적은 응급 대응 순서를 미리 익혀둔다. 기침이 힘있게 나오는지와 숨이 제대로 들어가는지가 판단 기준이고, 청색증을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 집은 어떻게 했나

첫째와 둘째를 다르게 키웠다. 의도한 건 아니고 첫째 때는 몰랐기 때문이다.

먼저 밝혀둘 게 있다. 먹인 것 자체는 첫째 때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간과 계란, 고기, 생선이 중심이었던 건 두 아이가 같다. 늦었던 건 질감이었다.

첫째는 10개월, 둘째는 6개월

첫째 때 자기주도 이유식과 핑거푸드를 시작한 건 10개월이었다. 늦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때는 잘 모르기도 했고, 솔직히 두려웠다.

둘째는 이유식을 시작하는 6개월에 핑거푸드를 같이 시작했다.

첫 도구는 설로인 스트립이었다. 길게 자른 소고기를 손에 쥐여줬는데 배를 채우라고 준 건 아니었다. 잡고 빨고, 가끔 질겅질겅 씹었다. 베어 삼키라고 준 게 아니라 쥐고 씹는 감각을 익히라고 준 형태였다. 치발기에 가까운 용도였다.

그런데 그게 씹기 연습이었다.

갈지 않고 다졌다

고기는 한 번도 갈지 않았다. 전부 칼로 잘게 다졌다.

믹서에 갈면 편하지만 질감이 사라진다. 칼로 다지면 크기를 내가 조절할 수 있고, 아이가 익숙해지는 만큼 조금씩 굵게 갈 수 있다. 몇 달에 걸쳐 입자를 키웠다.

연어나 대구도 마찬가지였다. 곱게 으깨지 않고, 입에 들어갔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만 으깼다. 잇몸으로 몇 번이라도 씹어야 넘어가게.

간만 퓨레로 줬다. 3편에서 쓴 그 소간 퓨레다. 그것도 다른 음식에 섞어서 줬으니 그릇 전체가 부드러웠던 적은 거의 없다.

그릇에 재료가 보였다

1편에서 시판 이유식을 열어보고 실망했던 이야기를 했다. 소고기덮밥 비슷한 걸 기대했는데 흰죽에 가까웠다는 이야기.

우리 집 그릇은 그 반대였다. 돌 전에는 쌀을 아예 주지 않았으니 남는 게 거의 덩어리였다. 고기가 고기로 보이고 채소가 채소로 보였다.

내가 1편에서 기대했던 그림이 결국 그것이었다.

초반에는 오히려 크게 잘랐다

이건 처음 들으면 반대로 들릴 것이다. 그래서 먼저 못 박아둘 게 있다. 크게 준다고 자동으로 안전해지는 건 아니다. 큰 조각도 부러지거나 뜯겨서 한 번에 입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잇몸으로 뭉개지는 무르기여야 하고, 앉은 자세와 지켜보는 눈은 크기와 상관없이 그대로 전제다.

그걸 깔고 하는 얘기다. 우리 집에서는 당근이나 호박 같은 걸 초반일수록 길쭉하고 크게 만들었다. 손으로 잡되 한 번에 입에 다 넣을 수는 없는 크기로.

작게 자르면 안전할 것 같지만 작은 조각은 통째로 입에 들어가서 그대로 목으로 넘어갈 수 있다. 크면 입에 다 안 들어가니 아이가 잡고 갉아먹게 되고, 그러면서 자기가 감당할 만큼만 떼어내는 것 같았다.

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로 자르기 시작한 건 한참 뒤였다. 아이가 집게손가락으로 집을 수 있게 되고 나서다. 삶은 계란도 그때부터 잘게 잘라 집어먹게 했다.

헛구역질은 거의 매 끼니 있었다

초반에는 정말 자주 했다. 식사 때마다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어릴수록 헛구역질 반사 지점이 입 앞쪽에 있다는 것, 몇 달 동안 액체만 먹던 아이 입에 갑자기 덩어리가 들어오면 그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것.

대신 준비를 했다. 영아 기도폐쇄 응급처치를 찾아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몇 번 돌렸다. 아이가 먹는 동안 늘 날이 서 있었다.

다행히 그걸 실제로 쓸 일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헛구역질은 정말로 줄었다. 지금은 거의 안 한다.

한 가지 눈에 띈 게 있는데, 아이가 핑거푸드를 자기 손으로 집어 입에 넣을 때는 헛구역질이 훨씬 적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자기가 넣으니 얼마나 깊이 넣을지, 얼마나 크게 베어 물지를 스스로 정한다. 숟가락으로 넣어주면 그 조절권이 어른에게 있다.

아내는 처음 그 장면을 보고 놀랐다. 왜 그런지 설명했더니 납득했고, 그다음부터는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둘째는 초반에 이유식을 잘 안 먹었다. 낯설어했다. 첫째 때보다 거부가 심했다.

솔직히 그때는 이게 맞나 싶었다. 죽으로 줬으면 더 잘 먹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돌을 막 지난 지금, 둘째는 뭐든지 잘 먹는다. 낯선 질감을 만나도 금방 적응한다. 10개월에 시작한 첫째보다 더.

물론 아이 둘로 뭘 증명할 수는 없다. 기질 차이일 수도 있다. 첫째도 지금은 편식 없이 잘 먹으니, 10개월에 시작한 게 뭘 망쳤다는 얘기도 아니다. 다만 앞에서 본 연구가 말하던 것과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이 같은 방향이었다는 것 정도는 적어둘 수 있겠다.

초반에 편했던 만큼 나중에 힘들고, 초반에 힘들었던 만큼 나중에 편해지는 것 같다.

먼저 소아과에서 확인할 것

아기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다. 목 가누기나 앉기가 또래보다 늦거나, 삼킴에 어려움이 있어 보이거나, 미숙아로 태어났다면 질감을 올리는 시점도 달라진다.

먹을 때 자주 사레들리거나, 특정 질감에서 유난히 힘들어하거나, 체중이 늘지 않는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먼저 확인하는 게 맞다. 삼킴 곤란은 따로 평가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 글은 처방이 아니라 내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마무리

이가 없으니 못 씹는다는 말은 순서를 거꾸로 세운 문장이었다.

아기는 잇몸과 혀로 씹는다. 그리고 씹어보면서 씹는 능력을 키운다. 걷기를 배우는 것과 같다. 이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가 나기 전부터 연습해야 이가 났을 때 잘 씹는 아이가 된다.

묽은 죽은 아기의 몸이 아니라 어른의 안심에 맞춰진 형태였다. 그래서 오래 머무르기 쉽다. 그 편의의 대가는 6~9개월이라는, 놓치기 쉬운 연습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전이 덜 중요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BLISS 연구가 보여준 건 아기 셋 중 하나가 방식과 무관하게 질식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숟가락이냐 덩어리냐는 갈림길이 아니었고, 안전의 전제로 함께 묶여 있던 건 음식의 형태와 지켜보는 눈, 그리고 사전 준비였다. 묽게 준다고 안전을 사는 게 아니고, 덩어리를 준다고 위험을 사는 것도 아니다. 안전은 질감이 아니라 준비에서 온다.

씹기는 연습시키는 것이고, 그 연습은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내가 이 방향으로 아이를 먹이면서 실제로 걱정했던 것들, 그리고 이 방식의 한계를 솔직하게 짚어보려 한다.


참고 자료

마지막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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