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기름 시리즈 2편 : 공포는 13일 만에 완성됐고, 무죄 판결은 8년이 걸렸다

우리 집은 고깃집을 했다.

덕분에 일주일에 두세 번은 고기를 먹고 자랐다. 소고기를 굽는 날이면 늘 같은 말이 따라왔다. “기름은 떼고 먹어. 혈관 막힌다.”

수도 없이 들었다. 그래서 고기를 먹으면서도 늘 어딘가 죄책감이 있었다. 맛있는데, 먹으면 안 되는 걸 먹는 기분. 소기름에 대한 이유 모를 거부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물을 수 있게 됐다. 그 공포는 어디서 왔을까.

따라가 보니 논문이 아니라 하나의 날짜가 나왔다. 1989년 11월 3일. 서울지방검찰청에 익명의 투서 한 장이 접수된 날이다.

결론부터 적는다. 그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들은 1997년 대법원에서 전원 무죄를 받았다. 8년이 걸렸다.

그리고 무죄가 확정된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기름은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 부모님의 “기름 떼고 먹어라”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 글은 그 8년의 기록이다. 1편에서 “굳이 바꿀 이유가 있었나”를 물었다면, 이번 편은 그런데 우리는 왜 바꿨나에 대한 답이다.

이 글이 답하는 세 가지

1. ‘공업용 우지’는 정말 공업용이었나?

아니다. 미국이 우지를 16등급으로 나누고 1등급만 식용으로 분류했을 뿐이다. 미국은 우지를 거의 먹지 않는 나라다.

문제가 된 우지는 정부 허가를 받아 수입해 정제한 뒤 쓴 것이었다. 당시 일본계를 제외한 국내 라면회사 대부분이 같은 우지로 튀겼다.


2. 법원은 뭐라고 했나?

1995년 서울고등법원, 1997년 대법원. 전원 무죄.

공포가 완성되는 데는 13일이 걸렸고, 무죄가 확정되는 데는 8년이 걸렸다.


3.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소기름을 무서워하나?

공포는 판결문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부엌에서 쫓겨난 소기름의 자리는 팜유가 채웠고, 우리는 그 교체를 건강해진 것으로 기억하게 됐다.

이 글에서 그 기억을 다시 연다.

투서 한 장이 도착했다

1989년 11월 3일, 서울지검에 익명의 투서가 접수됐다. “몇몇 기업이 비식용 우지로 라면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의 움직임은 빨랐다. 같은 날 삼양식품, 오뚜기식품, 서울하인즈, 삼립유지, 부산유지 — 5개 회사의 대표와 실무자 10명이 구속됐다. 보건범죄단속특별조치법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였다.

언론의 헤드라인은 검찰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썼다. “공업용 우지.” 비누와 윤활유를 만드는 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이야기가 전국에 퍼졌다.

시장에서 라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거되고 폐기된 라면이 100만 박스를 넘었다.

그런데 검찰이 실제로 문제 삼은 내용을 하나씩 뜯어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검찰이 문제 삼은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분류된 우지를 원료로 썼다.

둘째, 원료 구비 조건을 위반한 우지를 식품 제조에 썼다.

셋째, 산가(기름이 상한 정도를 재는 수치) 기준 0.3 이하를 어긴 산가 0.4의 우지를 썼다.

셋째 항목을 다시 읽어 보자. 기준은 0.3, 적발된 수치는 0.4다. 0.1 차이다. 참고로 1편에서 본 튀김기름 폐기 기준은 산가 3.0이다. 그 30분의 1 수준의 기름을 두고 “공업용”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그리고 첫째 항목의 “비식용 분류”가 이 사건의 몸통이다. 그 분류는 한국 것이 아니라 미국 것이었다.

‘공업용’은 미국에서 온 단어다

미국은 우지를 1등급부터 16등급까지 나눈다. 그리고 1등급만 식용(edible)으로 분류한다.

왜 그렇게 짜여 있을까. 미국이 우지를 거의 먹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우지의 주된 용도는 비누, 사료, 화학 원료였다. 식용 수요가 없으니 식용 등급을 넓게 둘 이유도 없었다.

미국의 우지 등급표 1등급 식용 (edible) — 미국인이 먹는 유일한 등급 2~3등급 ← 문제가 된 우지 (정제 후 식용) 4~16등급 비누 · 사료 · 화학 원료용 미국은 우지를 먹지 않는 나라다 식용 수요가 없는 나라의 분류표가 ‘공업용’이라는 단어의 출처였다

문제가 된 우지는 2~3등급이었다. 미국 분류표에서 비식용 칸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우지는 밀수한 것이 아니라 정부 허가를 받아 수입하고 통관해, 정제를 거쳐 식용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삼양 혼자의 것이 아니었다. 당시 일본계를 제외한 국내 라면회사 대부분이 우지로 튀겼다. 우지 튀김 라면의 깊은 맛은 업계의 공공연한 경쟁력이었다.

정직하게 덧붙일 것이 있다. 왜 처음부터 식용으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남기 때문이다.

당시 공업용으로 등록하면 식품 등록보다 수입 절차가 간단했고 세금에서도 이득이었다. 기업의 실무적 선택이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은 있다.

다만 그것은 통관 서류의 문제이지, 기름의 위해성 문제가 아니다. 법원이 8년에 걸쳐 확인한 것이 바로 그 구분이었다.

정부는 13일 만에 무해하다고 했다

사건 13일 뒤인 11월 16일, 보건사회부 장관이 해당 우지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그 달 말에는 국립보건원이 공식 발표로 확인했다. “비식용 유지를 수입한 것은 위법이나, 정제하여 생산한 라면은 이상이 없다.”

정리하면 이렇다. 서류는 어겼을 수 있다. 그런데 기름은 문제가 없다. 보건 당국이 사건 한 달도 안 돼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이 발표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공포는 이미 완성된 뒤였다. 라면 100만 박스가 폐기됐고, “공업용”이라는 단어는 전 국민의 머리에 박혔다. 무해 발표는 그 공포를 1밀리미터도 되돌리지 못했다.

법원은 8년 뒤에 무죄라고 했다

공포는 13일, 무죄는 8년 1989.11.3 투서 · 10명 구속 11.16 “무해” 발표 1심 유죄 1995.7 고법 전원 무죄 1997.8 대법원 무죄 확정 2025 우지라면 부활 공포가 완성되는 데 13일, 무죄가 확정되는 데 8년 소기름이 돌아오는 데는 36년이 걸렸다

재판은 길었다. 1심은 대부분 유죄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5년 8개월 동안 22차례 재판을 열었다. 그리고 1995년 7월, 법인과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997년 8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투서가 도착한 지 8년 만이다.

판결의 뼈대는 간단했다. 문제의 우지가 사람에게 해롭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 검찰은 실제 위해성을 분석해 기소한 것이 아니었고, 8년 동안 그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2025년, 이 사건은 법조계에서 공소권 남용과 선정적 보도가 만든 피해 사례로 다시 인용되고 있다.

기름의 유죄는 증명되지 않았다. 그런데 형은 이미 집행된 뒤였다.
집행된 것은 회사가 아니라, 소기름이라는 음식 그 자체였다.

그런데 삼양이 무너진 이유는 따로 있다

여기서 이 시리즈의 원칙대로, 내 편에 유리한 통설부터 검증한다. “우지파동이 1위 삼양을 무너뜨렸다”는 이야기다. 확인해 보니 절반만 사실이었다.

삼양은 이미 지고 있었다 라면시장 점유율 · 단위 % 40.9 26.0 18.9 14.4 42.2 54.1 60.6 62.8 1985 1988 1989 1990 ↑ 우지파동 (1989.11) ─ 삼양 — 농심

숫자를 보면, 삼양의 점유율은 1985년 40.9%에서 1988년 26.0%로 사건 전에 이미 내려앉는 중이었다. 농심의 신라면과 너구리가 시장을 가져가고 있었고, 1위 역전은 파동 몇 년 전에 끝난 일이었다.

우지파동은 그 하락의 원인이 아니라, 회복의 가능성을 끊어 버린 쐐기였다. 사건 직후 점유율은 10%대로 떨어졌고, 직원 1,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으며, 공장은 몇 달간 문을 닫았다.

내 편에 유리한 과장을 걷어내도 남는 사실은 이것이다. 위해성이 증명되지 않은 혐의로, 한 회사가 회복 불능이 됐고, 한 나라의 부엌에서 소기름이 지워졌다.

부엌에서 소기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엇이 왔나

사건 이후 라면업계는 우지를 버렸다. 대체물은 팜유였다. 지금 한국 라면 대부분이 팜유로 튀겨진다.

여기에 이 시리즈에서 가장 쓴 아이러니가 있다.

팜유는 식물성 기름이다. 그런데 포화지방 비율이 절반가량으로, 우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포화지방이 무서워서 우지를 쫓아냈다면, 팜유는 같은 이유로 쫓겨났어야 한다.

그런데 팜유는 무사했다. 이름에 “식물성”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1989년에 일어난 일은 건강의 개선이 아니라 단어의 교체였다. 동물성이라는 단어가 유죄가 되고, 식물성이라는 단어가 면죄부가 됐다. 이 단어가 하는 일은 다음 편에서 따로 다룬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도 소기름이 재판을 받았다

우연이 아니다. 태평양 건너에서도 거의 같은 시계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미국의 재판관은 검찰이 아니라 광고였다.

1966년 심장마비를 겪은 사업가 필 소콜로프는 1985년 내셔널 하트 세이버스라는 단체를 만들고, 사재를 털어 전면 신문광고를 사기 시작했다. 1988년부터 이어진 캠페인의 이름은 “미국인 중독시키기(The Poisoning of America)”였다.

1990년 4월에는 맥도날드를 직접 겨눴다. “맥도날드, 당신네 햄버거는 지방이 너무 많다.”

석 달 뒤인 1990년 7월, 맥도날드가 발표했다. 감자튀김 기름을 우지에서 100% 식물성 기름으로 바꾼다. 발표일에 주가가 8.3% 빠졌지만, 여론의 재판은 이미 끝나 있었다.

2년 사이, 두 나라에서 쫓겨났다 한국 · 1989 재판관: 검찰과 언론 죄명: “공업용 우지” 판결: 8년 뒤 전원 무죄 대체물: 팜유 (포화지방은 우지와 비슷) 미국 · 1990 재판관: 신문 전면광고 죄명: “너무 많은 지방” 판결 없음 — 여론이 집행 대체물: 부분경화유 (= 트랜스지방) 쫓아낸 근거는 어느 쪽도 판결문이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두 개 있다.

하나. 우지의 자리를 채운 것은 부분경화유 — 트랜스지방이었다. 훗날 트랜스지방은 심혈관 위해가 확정돼 미국에서 퇴출됐다. 소기름을 쫓아내라던 소비자 단체는 나중에 식당들에게 부분경화유를 버리라는 캠페인을 다시 벌여야 했다. 소기름을 쫓아낸 운동이 미국인의 접시에 트랜스지방을 올려놓은 셈이다.

둘. 맥도날드는 맛을 포기하지 못했다. 식물성 기름으로 바꾼 뒤 감자튀김에 소고기 향료를 넣었고, 이를 몰랐던 힌두교도들이 2001년 집단소송을 걸어 1,000만 달러 합의로 끝났다. 우지의 맛은 향료로 흉내 내야 할 만큼, 처음부터 진짜였다는 이야기다.

무죄 판결이 나온 날, 아무 일도 없었다

1997년 8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은 신문 어디에 실렸을까.

구속과 “공업용”은 1면이었다. 무죄는 단신이었다. 공포를 만든 뉴스와 공포를 해제해야 할 뉴스의 크기가 달랐다.

그래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법적으로는 무죄인 음식이, 사회적으로는 유죄로 남았다. 우리 부모 세대는 판결문을 읽을 이유가 없었다. “라면회사가 공업용 기름을 썼다더라”는 이야기는 이미 상식이 된 뒤였으니까.

1편에서 이렇게 적었다. 버터와 짐승의 기름이 악당이 된 과정을 따라가 보면 논문보다 사건과 광고가 먼저 나온다고. 이 편이 그 사건이다.

포화지방이 해롭다는 과학적 판결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사회적 판결은 1989년 11월, 13일 만에 끝났다.

2025년 11월 3일, 소기름이 돌아왔다

사건 36주년이 되는 날, 삼양이 우지로 튀긴 라면을 다시 냈다. 삼양1963. 투서가 도착한 바로 그 날짜에 맞춘 출시였다.

나도 사 먹어 봤다. 솔직한 평을 적는다. 하늘과 땅 차이의 맛은 아니다. 그런데 다른 라면보다 분명히 맛이 깊고 감칠맛이 있다. 대신 좀 느끼한 면도 있다. 매일 먹을 맛은 아니고, 라면을 먹어야 한다면 앞으로 이걸 고를 것 같은 맛이다.

그런데 이 라면을 둘러싼 반응을 보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맛 이야기만 한다. 더 고소하다, 국물이 진하다, 옛날 맛이다. 그런데 “우지가 씨앗기름보다 나은 기름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36년이 지나 우지가 상품으로는 돌아왔는데, 기름으로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무죄 판결이 인식을 되돌리지 못한다는 증거가 편의점 매대에 진열돼 있는 셈이다.

여기서부터는 우리 집 이야기다

고깃집 아들의 죄책감

글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고깃집 집 아들이 소고기를 먹으며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 그 말. “기름 떼고 먹어, 혈관 막힌다.”

부모님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분들이 1989년의 뉴스를 봤고, 무죄 판결 단신은 못 봤을 뿐이다. 우리 집 부엌에도 콩기름과 카놀라유가 있었다. 라드도, 우지도, 심지어 버터도 없었다. 한참 뒤에야 올리브유가 들어왔다.

공포는 그렇게 요리 한 번 없이도 세대를 건너 전해진다. 나는 우지파동을 겪지 않았는데, 우지파동이 만든 공포는 물려받았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건 부끄럽게도 최근이다. 우지라면이 재출시됐다는 뉴스를 보고 “이렇게 좋은 제품이 왜 이제 나왔지?” 하고 찾아보다가, 이 8년짜리 이야기를 만났다. 알고 나니 씁쓸했다. 내 혀보다 내 공포가 먼저 만들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우지와 라드를 부엌에 들였다

지금 우리 집 부엌에는 우지와 라드가 있다. 솔직히 적는다. 사용성이 아주 좋지는 않다. 굳어 있어서 떠야 하고, 가볍게 뭘 볶을 때는 여전히 올리브유가 편하다.

그래서 역할을 나눴다. 가벼운 요리는 올리브유. 매일의 주력은 기버터. 그리고 육류 요리나, 오늘은 좀 제대로 해 보자 싶은 날에는 우지와 라드를 꺼낸다. 라드로 부침개를 부쳐 봤고, 계란프라이도 종종 한다. 기름 맛이 그대로 드러나는 요리일수록 차이가 난다.

아내에게는 라드부터였다

아내는 처음에 약간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설명하면 받아들이고 시도해 보는 쪽이다.

재미있는 건 순서다. 라드는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우리는 삼겹살을 굽고, 그 기름에 볶음밥을 하고, 김치를 굽는 민족이다. 돼지기름은 이름만 몰랐을 뿐 늘 먹어 왔다.

소기름은 아직 어렵다. 초심자에게 권한다면 나도 라드부터 권하겠다. 1989년이 만든 거리감은 돼지보다 소에게 훨씬 크게 남아 있다.

내 머릿속에도 아직 1989년이 있다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기버터는 유고형분을 걷어낸 순수한 지방이라 상온에서 노랗게 굳어 있다. 그걸 볼 때마다 아직도 가끔 이런 생각이 스친다. “저게 다 몸에 들어가면 굳는 거 아니야?”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미신이라는 걸 안다. 체온에서 지방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스치는 것이다. 세 살 때 심어진 공포는 서른이 넘어 논문을 읽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쓴다. 내 아이의 머릿속에는 1989년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아이와 라면

참고로 우리 집은 라면을 잘 먹지 않는데, 기름 때문이 아니라 정제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도 같은 이유로 제한할 생각이다. 아예 못 먹게 할 생각은 없다. 먹게 된다면, 기왕이면 우지로 튀긴 쪽을 고를 것이다.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 다음에 “○○ 파동” 뉴스를 보면, 판결까지 기다렸다가 판단하기. 공포는 13일 만에 만들어지고 무죄는 8년 뒤에 온다는 것을 이제 알기 때문이다.

둘. 라드나 우지로 계란프라이 하나 부쳐 보기. 정육점에서 소액으로 살 수 있고, 삼겹살 구운 팬의 기름이면 라드 값도 안 든다. 36년 된 공포를 검증하는 데 계란 한 알이면 충분하다.

바꿀지 말지는 각자 정하면 된다. 다만 1989년의 판결문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알고 정하자. 무죄였다.

앞으로 다룰 것들

  • 식물성이라는 단어가 하는 일 — 팜유는 어떻게 무사했나
  • 아기 이유식에는 무슨 기름을 쓰나
  • 분유에 들어가는 기름은 규제되지 않는다
  • 한 번 튀긴 기름과 열 번 튀긴 기름
  • 그래서 무엇으로 바꿨나 — 실전편
  • 덜 먹는데 왜 더 찌나

마지막 수정: 2026년 8월 24일

참고 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우지파동」. 한국학중앙연구원.
    encykorea.aks.ac.kr
  • 법률신문. 「공소권 남용·선정적 보도 피해 — 삼양 ‘우지’ 라면 36년 만에 부활」. 2025.
    lawtimes.co.kr
  • 이데일리. 「’소기름은 죄가 없다’ — 삼양 몰락시킨 ‘우지파동’」.
    edaily.co.kr
  • 경향신문. 「’공업용 우지’ 누명 씌운 검찰 — 소기름은 죄가 없다」. 2025.
    khan.co.kr
  • 라면시장 점유율 자료(1985~1995, 광고학 논문 기반 정리).
    runmoneyrun.blogspot.com
  • UPI. Group accuses McDonald’s of ‘poisoning’ America. 1990. 4. 4.
    upi.com
  • TIME. A Crusader From the Heartland: Philip Sokolof.
    time.com
  • The Takeout. The Ad Campaign That Changed McDonald’s Fries Forever.
    thetakeout.com
  • CSPI. Health Advocates Tell Top Restaurants ‘Get an Oil Change’.
    cspi.org

우지파동이 무엇인가요?

1989년 11월 3일 익명의 투서로 시작된 사건이다. 검찰이 삼양식품 등 5개 회사가 미국산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겼다며 관계자 10명을 구속했고, 라면 100만 박스 이상이 폐기됐다. 그러나 보건사회부는 사건 13일 만에 인체 무해 판정을 내렸고, 1995년 서울고등법원과 1997년 대법원에서 관련자 전원이 무죄를 받았다. 위해성이 증명되지 않은 사건으로 한국인의 부엌에서 소기름이 사라졌다.

문제가 된 우지는 정말 공업용이었나요?

아니다. 미국은 우지를 16등급으로 나누고 1등급만 식용으로 분류하는데, 미국이 우지를 거의 먹지 않는 나라라 식용 등급이 좁게 설정돼 있을 뿐이다. 문제가 된 2~3등급 우지는 정부 허가를 받아 수입·통관해 정제 후 식용으로 쓴 것이었고, 당시 일본계를 제외한 국내 라면회사 대부분이 같은 방식으로 우지를 썼다. 법원도 해당 우지의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무죄가 났는데 왜 사람들은 아직 소기름을 무서워하나요?

공포를 만든 뉴스와 공포를 해제할 뉴스의 크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구속과 ‘공업용’이라는 단어는 1면에 실렸지만 8년 뒤의 무죄 확정은 단신으로 지나갔다. 그 사이 라면업계는 우지를 팜유로 바꿨고, 소기름이 혈관을 막는다는 인식은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법적 무죄가 사회적 유죄를 되돌리지 못한 사례다.

우지 대신 들어온 팜유는 더 건강한 기름인가요?

그렇게 보기 어렵다. 팜유는 식물성이지만 포화지방 비율이 절반가량으로 우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포화지방이 이유였다면 팜유도 같은 기준으로 걸러졌어야 하지만, ‘식물성’이라는 단어 덕에 무사했다. 미국에서도 같은 시기 맥도날드가 우지를 버리고 부분경화유(트랜스지방)로 바꿨다가, 트랜스지방의 위해가 확정되며 다시 퇴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 파는 우지라면은 먹어볼 만한가요?

삼양이 사건 36주년인 2025년 11월 3일 우지로 튀긴 라면(삼양1963)을 다시 냈다. 직접 먹어 본 경험으로는 극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일반 라면보다 맛이 깊고 감칠맛이 있으며, 다소 느끼한 면도 있다. 다만 라면은 기름 이전에 정제 탄수화물이므로, 우리 집은 우지라면이라도 자주 먹지는 않는다. 라면을 먹는다면 기왕이면 우지 튀김을 고르는 정도로 접근하고 있다.

마지막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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