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한국인이 하루에 먹은 기름은 4.1g이었다. 밥숟가락으로 반 술이 안 된다.
2024년에는 70.6g이다. 17배다.
정부가 매년 내는 식품수급표에 그렇게 적혀 있다. 반세기 만에 한 나라의 식탁이 이만큼 변한 예는 흔치 않다.
그런데 우리는 이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 설탕이 늘어난 건 안다. 고기를 더 먹는 것도 안다. 기름은 그냥 요리하다 보면 쓰는 것이었다.
이 시리즈는 그 4.1g과 70.6g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들어온 기름이 인류가 오래 먹어 온 물건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리 밝혀 둔다. 이 시리즈는 중립적인 글이 아니다. 우리 집은 이미 부엌에서 씨앗기름을 치웠고, 버터와 짐승의 기름으로 돌아갔다. 이 글은 그 결정의 근거를 펼쳐 놓는 글이다.
다만 과장은 하지 않는다. 씨앗기름이 병을 만든다고 증명된 것은 아직 아니다. 그런데 그 증명이 없어도 결론은 난다. 굳이 바꿀 이유가 없었고, 돌아가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이 글이 답하는 세 가지
1. 포화지방은 확실히 나쁜가?
아니다. 반세기 동안 찾았는데 그 근거가 안 나왔다.
세계보건기구는 지금도 줄이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그 권고의 대표 근거조차 사망률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34만 명, 13만 명 규모의 대형 연구에서는 심장병과의 연관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이 글에서 유죄라는 쪽 근거까지 전부 펼쳐 놓고 확인한다.
여기에 렌즈를 하나 더 댈 수 있다. 시간이다.
짐승의 기름은 인류가 수십만 년 먹어 온 지방이다. 버터도 수천 년째다.
지금 그 자리를 채운 기름은 100년이 안 됐다.
오래 먹어 온 것을 나쁘다고 판정하려면 그만큼 무거운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근거가 아직 없다.
2. 그럼 식물성 기름으로 바꾸면 나아지나?
2026년 1월 미국 정부 보고서의 결론은 줄지 않는다였다. 심장병도, 사망도.
실제로 사람을 나눠 바꿔 본 실험 중에는 바꾼 쪽의 사망률이 오히려 높게 나온 것도 있다. 본문에서 다룬다.
3. 그래서 이 글의 질문은 이것이다.
씨앗기름이 해로운가 — 유죄 판결은 아직 없다. 무죄 판결도 없다.
굳이 바꿀 이유가 있었나 — 없었다. 이 글이 그 근거다.
참기름은 먹는 기름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참기름은 오래된 기름이다. 조선시대 문헌에 짜는 법까지 적혀 있다. 다만 쓰는 방식이 지금과 달랐다. 식품과학자 신효선이 2017년에 정리한 글에 이런 문장이 있다.
옛날부터 우리 국민들은 식용유지로 주로 참기름만을 애용하였고, 그것을 콩나물 등의 나물에 무쳐 먹으면서 유지를 섭취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것은 식품으로서 유지를 섭취한다기보다는 코로 냄새만 맡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름은 열을 옮기는 재료가 아니라 향을 더하는 재료였다. 나물에 한 방울 두르는 게 전부였으니 하루 4g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바뀐 시점은 뚜렷하다.
1971년, 동방유량이 국내 최초로 현대식 콩기름 해표 식용유를 내놨다. 1979년에는 제일제당의 백설표 식용유가 나왔다.
당시 콩기름의 70% 이상이 가정용이었고, 명절 선물로 팔렸다.
그러니까 한국 가정에 튀김과 볶음이 일상이 된 것은 대략 50년 된 일이다.
미국은 더 극적이다
미국 농무부 자료로 1인당 연간 유지 소비를 보면 이렇다.
눈여겨볼 것이 있다. 버터는 정부가 지방을 줄이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무너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오히려 늘어서 2017년에 5.7파운드가 됐다.
전체 소비가 두 배 넘게 느는 동안, 늘어난 몫은 거의 전부 씨앗기름이었다. 즉 미국인은 동물성 지방을 식물성으로 바꾼 게 아니라 얹은 것이다.
원래는 먹는 물건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처음 대량 생산된 씨앗기름은 목화씨 기름이다. 목화 농사의 목적은 솜이고, 씨는 처치 곤란한 찌꺼기였다. 1894년 미국의 한 과학잡지는 그 시절을 이렇게 적었다.
1860년에 쓰레기였던 것이 1870년에 비료가 되고, 1880년에 사료가 되고, 1890년에는 식탁의 음식이 되었다.
다만 정확히 짚자. 버려지던 것은 씨앗이지 기름이 아니었다. 짜낸 기름은 처음부터 비누와 등잔 기름으로 팔리는 상품이었다. 폐기물을 먹게 됐다는 표현은 과장이다.
이 기름이 식탁에 오르는 데 걸림돌은 화학이 아니라 냄새였다. 1900년, 데이비드 웨슨이 진공 상태에서 냄새를 빼는 방법을 완성하면서, 목화씨 기름을 그대로 병에 담아 팔 수 있게 됐다.
1913년 요리책에 목화가 없다
1911년 프록터앤갬블이 크리스코(Crisco)를 내놓는다. 목화씨 기름에 수소를 붙여 상온에서 굳게 만든, 지금으로 치면 쇼트닝이다.
회사가 1913년에 낸 요리책 크리스코 이야기 전문을 검색해 보면 목화(cotton)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식물성(vegetable)이 78번 나온다. 광고 문구는 이랬다.
순수하게 식물성(purely vegetable)
완전히 전부 식물성(absolutely all vegetable)
역사학자 헬렌 조 바이트는 이 마케팅이 공업적 가공은 곧 정화라는 관념을 퍼뜨려, 소비자가 성분 대신 브랜드를 믿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아이러니가 하나 더 있다. 같은 책에서 회사는 수소를 붙이는 공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리놀린(리놀레산)은 수소 비율이 가장 낮고 불안정하며 산패하기 쉽다. 크리스코 공정은 수소를 충분히 더해 리놀린을 거의 전부 소화가 잘 되는 올레인으로 바꾼다.
1913년의 제조사조차 리놀레산을 불안정하고 잘 상하는 성분으로 보고 제거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 수소 공정은 훗날 트랜스지방 문제로 퇴출됐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리놀레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액체 콩기름이다.
리놀레산이 뭔가
오메가6 지방산의 하나다. 몸에 꼭 필요해서 아예 안 먹으면 안 된다.
다만 콩기름·해바라기씨유 같은 씨앗기름에 특히 많아, 현대인이 먹는 양이 100년 사이 크게 늘었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나올 이름이다.
그래서 우리 집 기준은 이렇다
결론부터 적는다. 우리 집 부엌에 두는 기름은 세 갈래다.
바로 질문이 나올 것이다. 참기름도 씨앗기름인데 왜 되나.
기준은 재료가 아니라 공정이다. 더 정확히는 얼마나 지웠느냐다.
참기름 병을 열면 볶은 참깨 냄새가 난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는 쓴맛과 매운맛이 남아 있다. 원래 그 재료가 가진 것이 남아 있다.
콩기름 병을 열면 아무 냄새도 안 난다. 맛도 없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목적이다. 냄새를 빼고, 색을 빼고, 찌꺼기를 걸러 내는 정제를 거쳤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웨슨의 방법이 그 시작이었다.
이 무취·무미가 결정적이었다. 아무 맛이 없으니 어디에나 들어간다. 과자에도, 빵에도, 마요네즈에도, 튀김솥에도. 참기름으로 도넛을 튀길 수는 없지만 콩기름으로는 된다.
우리가 먹게 된 기름의 공통점은 씨앗에서 나왔다는 것이 아니다.
원래는 냄새 때문에 먹을 수 없던 것을, 냄새를 지워서 먹게 됐다는 것이다.
기름병만 보면 절반도 못 본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한국 성인이 유지류로 먹는 양은 하루 6~8g이다. 앞의 70.6g과 차이가 큰 이유는, 이 숫자가 병째 따라 쓴 기름만 세기 때문이다.
리놀레산을 어디서 얻는지 순위를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1위는 두 시기 모두 콩기름이다.
그런데 마요네즈가 6위에서 2위로 올라왔다. 2007~2009년 6.3%였던 비중이 2016~2018년 11.3%가 됐다.
마요네즈는 대부분 콩기름으로 만든다.
그리고 국내 식용유의 91%는 가정이 아니라 업소와 식품공장으로 간다(2015년 기준).
요즘 콩기름 덜 팔린다는 통계는 기름을 덜 먹는다는 뜻이 아니다. 직접 사지 않고 제품으로 사 먹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리놀레산 섭취는 2007~2009년 하루 8.6g에서 2016~2018년 10.0g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총 열량은 오히려 줄었는데도 그렇다.
이 시리즈가 하지 않을 말
이 주제는 인터넷에서 과장되기 쉽다. 그래서 시작하며 선을 긋는다.
하나. 씨앗기름이 만성질환의 원인이라고 쓰지 않는다.
그렇게 말할 만한 사람 대상 연구가 없다. 오히려 반대 방향 자료가 있다.
39,740명을 오래 추적한 연구 20개를 모아 분석했더니, 혈중 리놀레산이 높은 사람의 2형 당뇨 위험이 35% 낮았다.
둘. 리놀레산이 염증을 일으킨다고 쓰지 않는다.
사람에게 리놀레산을 늘려 먹게 한 실험 30건, 1,377명을 모은 분석에서 염증 수치는 올라가지 않았다.
미국의 한 연구 2,777명에서는 오히려 리놀레산이 높을수록 염증 수치가 낮았다.
이 자료들을 없는 셈 치는 글은 신뢰할 수 없다. 그래서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다룬다.
다만 바로 다음 장에서 보듯, 이 연구들은 보이는 것만큼 단단하지 않다.
다만 이 연구들에는 결정적인 구멍이 있다
위 연구들은 몸에 리놀레산이 얼마나 있는 사람이 어떤 병에 걸렸나를 지켜본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가 빠진다.
하나. 리놀레산이 많은 사람은 다른 것도 잘 챙긴다.
혈중 리놀레산이 높은 사람은 담배를 덜 피우고, 덜 비만하고, 채소를 더 먹는 경향이 있다.
리놀레산이 지켜 준 것인지, 그런 사람의 표시였을 뿐인지 구분이 어렵다.
다만 정직하게 덧붙인다. 이 반론에도 구멍이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가 조금씩 다르다. 그중에는 혈중 리놀레산 수치가 남들보다 조금 높게 나오도록 타고나는 유전자도 있다.
이건 본인이 고른 것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든 안 피우든, 채소를 먹든 안 먹든 상관없이 태어날 때 정해진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만 따로 모아서 보면 생활습관이 좋아서라는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 생활습관과 무관하게 리놀레산이 높은 사람들이니까.
실제로 그렇게 살펴봤더니, 당뇨에 대해서는 여전히 리놀레산이 보호하는 쪽으로 나왔다.
그러니 전부 다른 생활습관 덕분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유전 연구에는 더 큰 구멍이 있다. 유전자가 바꾸는 것은 먹는 양이 아니라 대사다. 혈중 리놀레산이 높게 타고난 사람은 리놀레산을 많이 먹은 사람이 아니라, 먹은 리놀레산을 다음 물질로 덜 바꾸는 체질일 뿐이다.
그러니 이 결과가 말해 주는 것은 그런 체질이 당뇨에 불리하지 않다는 데까지다. 정제한 씨앗기름을 병째 더 먹으면 좋다는 결론은 여기서 나오지 않는다.
둘. 무엇을 먹어서 그 수치가 됐는지가 빠져 있다.
리놀레산은 견과, 달걀, 닭고기, 생선에도 들어 있다.
호두를 먹어서 수치가 높은 사람과 튀김과 마요네즈로 높은 사람은, 같은 숫자를 갖고도 전혀 다른 것을 먹었다.
리놀레산이 몸에 얼마나 있나를 본 연구는, 정제하고 고온에서 반복 가열한 기름을 수십 년 대량으로 먹으면 어떻게 되나를 본 적이 없다.
50년 대 수십만 년
인류가 지금의 몸을 갖게 된 것은 수십만 년 전이다. 그동안 사람이 먹은 지방은 대체로 정해져 있었다. 짐승의 기름, 생선, 견과, 열매.
콩기름이 끼어든 것은 한국에서 50년, 길게 잡아도 100년이다.
이 짧은 시간이 문제를 두 겹으로 만든다.
하나. 인과를 밝힐 수 없다. 사람을 수십 년간 나눠 한쪽엔 콩기름만, 한쪽엔 버터만 먹이는 실험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씨앗기름이 병을 일으켰다는 깔끔한 결론은 앞으로도 나오기 어렵다.
둘. 같은 이유로, 안전하다는 결론도 안 나온다. 지금 마흔 살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콩기름을 먹은 첫 세대에 가깝다. 그 결과는 아직 관찰 중이다.
여기서 선택이 갈린다. 확실한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50년 된 것과 수십만 년 된 것 중 어디에 설 것인가.
증거가 없다는 것은 양쪽 다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기본값이 남는다.
이 시리즈는 오래 먹어 온 쪽을 기본값으로 두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안 먹겠다는 뜻이 아니다. 아직 모르는 것이라면, 먼저 바꿀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반대쪽에도 같은 잣대를
방향을 뒤집어 보자. 오래 먹어 온 것을 나쁘다고 판정할 때도, 그만큼 무거운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버터는 수천 년 먹어 온 음식이다. 짐승의 기름까지 넓히면 수십만 년이다. 인류가 몸을 굴릴 지방을 얻어 온 곳이 대체로 거기였다.
그런데 지금 이것들은 혈관을 막는 것으로 통한다. 이유식에 버터 한 조각 넣기를 망설이는 부모도 많다.
그 인식을 따라가 보면 논문보다 사건과 광고가 먼저 나온다. 한국의 1989년 우지파동, 미국의 수십 년 저지방 마케팅. 둘 다 뒤에서 따로 다룬다.
이 시리즈의 입장은 그래서 분명하다. 유죄 근거가 이만큼 가볍다면, 버터와 짐승의 기름은 악당 자리에서 내려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다만 근거의 무게는 정직하게 등급을 나눠 적는다.
포화지방은 확실히 나쁜가 — 학계는 지금 뭐라고 하나
결론부터 적는다. 확실히 나쁘다는 판결은 반세기째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도 줄이라는 쪽 근거부터 전부 적는다. 유리한 것만 골라 적으면 그건 광고다.
줄이라는 쪽.
세계보건기구는 지금도 포화지방을 총 열량의 10% 아래로 줄이라고 권고한다.
포화지방을 줄인 실험 15건, 56,675명을 모은 코크란 리뷰에서 심혈관 사건이 17% 줄었다. 무시할 수 없는 근거다.
그런데 같은 리뷰에서 전체 사망과 심혈관 사망은 차이가 없었다. 사건 수는 줄었는데 죽는 사람은 안 줄었다. 반세기짜리 캠페인의 성적표로는 이상한 숫자다.
성인 347,747명을 모은 2010년 분석에서는 포화지방과 심장병 사이에 뚜렷한 연관이 나오지 않았다.
18개국 135,335명을 추적한 2017년 연구에서는 포화지방을 많이 먹은 쪽의 전체 사망 위험이 오히려 낮았다.
다만 정직하게 덧붙인다. 그 2017년 연구에서, 리놀레산이 속한 갈래인 다가불포화지방은 포화지방보다 사망 위험이 더 낮았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다가불포화지방의 출처에는 생선과 견과가 섞여 있다. 병에 담긴 정제 기름의 성적표가 아니다. 이 대목은 뒤에서 다시 본다.
포화지방을 약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반세기를 뒤졌는데도 사망률 차이가 안 나오는 음식을 악당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답이 갈리는 이유는 대체로 하나다. 무엇으로 대체했느냐.
포화지방 자리를 흰 빵과 설탕으로 채운 사람과 생선과 견과로 채운 사람은, 같은 저지방 식단이라도 결과가 다르다.
나라끼리 비교하면 답이 나올까
이 주제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두 나라를 직접 확인해 봤다. 결과부터 말하면, 둘 다 생각보다 버티지 못한다.
홍콩 — 고기를 많이 먹는데 심장병이 적다?
앞부분은 사실이다. 홍콩의 1인당 연간 육류 공급량은 약 107kg으로 세계 상위권이다.
심장혈관이 막히는 병으로 숨지는 사람은 인구 10만 명당 남성 26.9명, 여성 9.2명이다(2024년).
같은 방식으로 나이 구성을 맞춰 계산한 미국 수치는 74명이다(2021년). 차이가 크다.
그런데 하나씩 확인하면 무너진다.
하나. 공급량은 먹은 양이 아니다.
홍콩 정부가 시민 3,752명의 실제 식사를 조사했더니 육류 섭취는 연간 40kg 정도, 공급량의 3분의 1이었다.
나머지는 버려지거나, 다시 수출되거나, 관광객이 먹는다.
둘. 홍콩인이 포화지방을 많이 먹는다는 근거가 없다.
실측 조사는 1995~96년 것 하나뿐인데, 성인 85%가 포화지방을 총 열량의 10% 아래로 먹고 있었다.
셋. 홍콩 장수를 분석한 논문은 고기를 이유로 들지 않는다.
2021년 랜싯 공중보건 분석이 꼽은 가장 큰 요인은 세계 최저 수준의 흡연 관련 사망이었다. 식단은 등장하지 않는다.
인도 — 식물성 기름을 먹는데 당뇨가 많다?
이것도 앞부분은 사실이다. 인도는 1994년 식용유 수입을 자유화했고, 팜유·대두유·해바라기씨유가 전통 기름을 밀어냈다. 지금 인도 성인의 11.4%가 당뇨다.
그런데 인도 안에서 지역별로 보면 순서가 안 맞는다.
하나. 심장병 사망률이 높은 주들은 남부에 몰려 있다.
안드라프라데시, 타밀나두가 그렇다. 코코넛오일의 본고장 케랄라도 심혈관·대사질환이 인도 최상위권이다.
코코넛오일은 포화지방이 가장 많은 기름이고, 씨앗기름을 피하자는 쪽이 권하는 바로 그 기름이다.
둘. 포화지방을 가장 많이 먹는 곳은 북부인데, 거기가 최상위가 아니다.
북부는 총 열량의 11.2%를 포화지방으로 먹는다(전국 평균 8.9%). 그런데 북부의 히마찰프라데시는 심혈관 사망률이 가장 낮은 축에 든다.
셋. 가장 최근 조사가 지목한 것은 기름이 아니었다.
인도에서 가장 크고 최근인 2025년 식이 조사가 실제로 질병 위험과 연결한 것은 정제 탄수화물이었다.
그래서 나라 비교는 근거로 쓰지 않는다
나라끼리 견주는 방식으로는 원하는 결론을 거의 언제나 만들 수 있다.
흡연율, 의료, 소득, 유전, 조사 방법이 한 덩어리로 섞여 있어서, 그중 기름 하나만 뽑아낼 방법이 없다.
그리고 여기가 핵심이다. 포화지방에 처음 의심이 걸린 것도 정확히 이 방식이었다.
1953년 앤셀 키스가 6개국 자료로 지방 섭취와 심장병 사망률이 나란히 오르는 그래프를 냈다.
1957년, 다른 연구자들이 같은 자료를 22개국으로 늘려 다시 그리자 그 관계가 흐려졌다.
단순한 상관관계 하나로는 원인을 증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따로 다룬다.)
맞는 지적이다. 그래서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같은 종류의 근거를, 내 결론에 맞을 때만 쓸 수는 없다.
바뀐 것은 양이 아니라 형태다
흔히 옛날 사람들은 이런 지방을 조금밖에 안 먹었다고 말한다. 확인해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이 주제에서 자주 인용되는 웨스턴 A. 프라이스 재단 홈페이지에는 전통 식단에서 다가불포화지방은 총 칼로리의 4%였다는 문장이 출처 없이 실려 있다.
그런데 프라이스가 1939년에 쓴 책 원문에는 지방산, 리놀레산, 불포화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가 실제로 잰 것은 칼슘·인·철 같은 무기질과 지용성 비타민이었다. 결론도 전통 식단이 현대 식단보다 무기질은 약 4배, 지용성 비타민은 약 10배라는 배수 비교였다.
지방 이야기가 아니다.
이 4%의 실제 출처를 따라가면, 전통 사회 조사가 아니라 프랑스 수녀 24명에게 기름 종류만 바꿔 먹인 실험이 나온다.
학계가 추정한 구석기 식단의 다가불포화지방은 총 열량의 8~15%다. 현대 한국인은 약 5.7%다. 오히려 옛날이 더 높았을 수 있다.
반대로 우유를 주식으로 한 케냐 마사이족은 실측 2.8%였다.
그러니 전통 식단의 비율을 하나의 숫자로 말하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내 편의 주장이라도 확인되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을 것이다.
바뀐 것은 형태다.
사과 한 알과 사과 주스는 원재료가 같아도 몸에 들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씨앗 속에 있던 지방과 짜내서 정제한 지방도 마찬가지다.
같은 논리를 과일에도 적용해 본 글이 있다. 아기 퓨레와 착즙주스를 두 돌까지 미룬 이유에서 다뤘다.
확실한 것 하나 — 열에 약하다
리놀레산이 많은 기름은 열에 약하다. 이건 화학이라 논쟁이 없다.
대두유를 185°C로 가열한 실험이 있다.
가열 전에는 없던 4-HNE라는 물질이 2시간 만에 상당량 생겼고, 4·6시간까지 계속 늘었다.
후속 연구에서 이 물질이 튀긴 음식으로 옮겨 간다는 것도 확인됐다.
4-HNE가 뭔가
기름이 상하면서(산화) 생기는 물질이다. 세포에 해로울 수 있어 여러 나라가 튀김기름 관리 기준을 둔다.
한국도 튀김기름이 상한 정도를 재는 수치가 3.0을 넘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 뒀다.
재사용 튀김기름이 문제라는 것은 이미 규제로 인정된 사실이다.
콩기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바라기씨유·옥수수유·포도씨유처럼 리놀레산이 많은 기름은 다 같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이 기름들을 한 묶음으로 다룬다.
그래서, 바꿔서 얻은 게 있었나
2026년 1월,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가 새 식생활지침의 과학 보고서를 냈다. 결론에 이런 문장이 있다.
포화지방을 리놀레산이 풍부한 기름으로 대체하는 것은 관상동맥질환 사건, 관상동맥 사망, 전체 사망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사망에 대한 무효 결론의 근거 확실성: 중등도)
관상동맥은 심장에 피를 보내는 혈관이다. 쉽게 말해, 바꿔도 심장병과 사망이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괄호 안은 보고서가 자기 결론에 스스로 매긴 점수다. 중등도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는 뜻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결론인데도 확실성을 낮춰 적었다.
같은 방향의 자료가 또 있다. 오메가6를 늘린 실험 19건, 6,461명을 모은 코크란 리뷰에서 전체 사망 위험은 1.00, 아무 차이가 없었다.
더 아픈 자료도 있다. 실제로 사람을 나눠 동물성 지방을 씨앗기름으로 바꿔 본 실험이 두 건 있고, 수십 년 묻혀 있던 원자료가 복원돼 다시 분석됐다.
호주 시드니, 458명. 심장병 병력이 있는 남성들의 포화지방을 리놀레산 기름(홍화씨유)으로 바꿨다. 바꾼 쪽의 전체 사망률이 17.6%, 그대로 먹은 쪽은 11.8%였다. 바꾼 쪽이 더 죽었다.
미국 미네소타, 9,423명. 포화지방을 옥수수유로 바꿨다. 콜레스테롤은 확실히 내려갔다(-13.8%). 그런데 사망은 줄지 않았고, 콜레스테롤이 많이 내려간 사람일수록 사망 위험이 오히려 높게 나왔다.
오래된 실험이라 한계는 있다. 당시 개입에 트랜스지방이 섞였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래도 이 둘은 이 주제에서 몇 안 되는 무작위 배정 실험이고 — 관찰연구보다 등급이 높은 근거다 — 둘 다 바꾸라는 쪽을 가리키지 않았다.
균형을 위해 덧붙인다. 이 미국 보고서는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과 미국영양학회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확정된 결론으로 읽으면 안 된다.
다만 반박하는 쪽이 기대는 근거는 대부분 관찰연구다. 실제로 바꿔 본 위의 실험들은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증명 부담은 바꾸라고 말해 온 쪽에 있다.
그래서 질문이 이렇게 바뀐다.
씨앗기름이 해로운가 — 유죄 판결은 아직 없다.
바꿀 이유가 있었나 — 없었다. 그러면 답은 돌아가는 것이다.
바꿔서 얻는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다. 바꿨더니 더 나빠진 실험까지 있다. 게다가 그 바꾼 물건은 열에 약해서 조리 과정에서 확실한 문제를 만든다.
그래서 우리 집은 기본값을 되돌렸다. 수십만 년 검증된 쪽으로. 그게 이 시리즈의 결론이다.
근거의 무게는 층으로 나눠 적는다.
앞으로 다룰 것들
- 1989년 삼양 우지파동 — 한국인이 소기름을 무서워하게 된 사건과, 8년 뒤의 무죄 판결
- 바꿔서 얻은 게 있었나 — 근거를 양쪽 다 펼쳐 놓고 보기
- 식물성이라는 단어가 하는 일
- 아기 이유식에는 무슨 기름을 쓰나
- 분유에 들어가는 기름은 규제되지 않는다
- 한 번 튀긴 기름과 열 번 튀긴 기름
- 그래서 무엇으로 바꿨나 — 실전편
- 덜 먹는데 왜 더 찌나
여기서부터는 우리 집 이야기다
나도 반대로 알고 있었다
솔직히 적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정반대로 알고 있었다.
유학 생활을 꽤 길게 했는데도, 머릿속 저변에는 늘 같은 그림이 깔려 있었다. 야채는 좋은 것, 고기는 적당히 먹어야 하는 것. 동물성 식품은 조심해야 하는 쪽이었다.
기름도 마찬가지였다. 카놀라유나 콩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은 당연히 좋은 것인 줄 알았다. 이름부터 식물성이었으니까. 뉴스에서도 방송에서도 동물성 지방은 늘 악당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이 글에 적은 것들을 하나씩 확인해 나갔을 때 꽤 충격이었다. 내가 좋다고 믿었던 물건이 100년 된 공산품이었고, 내가 조심하던 물건이 수천 년 된 음식이었다.
지금은 기준이 바뀌었다. 뉴스나 광고가 좋다고 하면 일단 한 번 의심한다. 그리고 이걸 먼저 본다. 인류가 이걸 오래 먹어 왔나.
버린 것과 안 버린 것
사실 우리 집 메인 기름은 원래부터 콩기름이 아니었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주로 썼고, 콩기름과 카놀라유는 예비용이었다. 선물로 들어온 것도 있었다.
그것들을 한 번에 다 버렸다. 예비용이었으니 미련도 없었다.
올리브유는 버리지 않았다. 발연점이 낮다는 걸 알고 있어서 볶음에 쓰기가 좀 찜찜하긴 했지만, 지금도 쓴다.
아내가 기버터나 버터로 조리하는 걸 어색해해서, 계란프라이처럼 기름 맛이 그대로 드러나는 음식은 아내가 올리브유로 한다.
샐러드에도 뿌리고, 볶음에도 종종 쓴다. 코코넛오일도 가끔 쓴다.
센 불 볶음이나 튀김은 기버터로 버틴다.
불편한 점부터 적는다
좋은 얘기만 하면 광고다. 불편한 것부터 적는다.
하나. 냉장고에 있다는 게 은근한 걸림돌이다. 기버터도 버터도 냉장 보관이 기본이다. 급하게 뭘 해야 할 때 굳은 걸 꺼내 녹이는 단계가 하나 더 붙는다. 병에서 따라 붓던 것과는 다르다.
둘. 한식에 안 어울릴 때가 많다. 버터에는 특유의 향이 있다. 한국 음식에 그 향이 얹히면 어색해지는 조합이 꽤 나온다. 애초에 한식은 버터를 전제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니다.
셋. 돈이 더 든다. 솔직히 이게 제일 크다. 마트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게 콩기름과 카놀라유다. 우리가 쓰는 것들과 비교하면 거의 4~5배 차이가 난다.
그래서 주로 인터넷으로 산다. 조리용 기버터는 목초를 먹인 젖소의 우유로 만든 것을 쓰고, 버터는 무염과 가염을 따로 둔다. 고르는 기준은 하나다. 목초를 먹였는가.
아내는 아직 버터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는 큰 방향에는 동의한다. 다만 버터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취향 문제라기보다 익숙함 문제에 가깝다고 본다. 한국 식단에 버터가 들어간 역사가 길지 않다. 안 먹고 자랐으니 낯선 게 당연하다.
그래도 임신했을 때는 내가 챙겨 주면 잘 먹었고, 지금도 노력은 한다.
아직 못 치운 것
마요네즈와 과자다.
마요네즈는 최근에 올리브유로 만든 제품으로 바꿨다. 과자나 빵 같은 가공식품은 여전히 집에 있다. 아내는 맥주에 먹태깡 먹는 걸 좋아하고, 나도 옆에서 한두 개씩 집어먹는다.
이걸 굳이 적는 이유가 있다. 우리 집은 완벽하지 않다. 완벽할 생각도 없다.
다만 이건 분명하다.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다르다.
아이 것은 이렇게 한다
아이 음식에 쓰는 것은 네 가지다. 기버터와 버터, 고기와 생선에서 나오는 지방, 참기름과 들기름, 올리브유. 따로 기름을 두르기보다 재료에서 나오는 지방으로 충당하는 쪽이 많다.
밖에서 먹을 때는 연어솥밥처럼 덜 가공된 메뉴를 먼저 찾는다. 그런 게 없으면 돈까스를 먹기도 한다. 매번 지킬 수 있는 원칙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부엌에서 지금 쓰는 식용유 병을 꺼내 뒷면을 본다. 원재료명 확인에 30초면 된다.
대두유, 채종유(카놀라),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옥수수유. 이 중 하나라면 다음 장바구니에서 바꿀 항목이 하나 생긴 것이다.
바꿀지 말지는 각자 정하면 된다. 다만 뭘 쓰는지 알고 정하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다르다. 이 시리즈가 하려는 일은 그것뿐이다.
마지막 수정: 2026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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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지방은 몸에 나쁜가요?
확실히 나쁘다는 근거는 반세기째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총 열량의 10% 아래로 줄이라고 권고하지만, 그 권고의 대표 근거인 코크란 리뷰(임상시험 15건, 56,675명)에서도 전체 사망과 심혈관 사망은 차이가 없었다. 347,747명을 모은 2010년 분석과 18개국 135,335명을 추적한 2017년 연구에서는 심장병과의 뚜렷한 연관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수천 년 먹어 온 음식을 악당으로 판정하기에는 근거가 가볍다.
포화지방을 식물성 기름으로 바꾸면 건강에 도움이 되나요?
2026년 1월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가 낸 식생활지침 과학 보고서는 포화지방을 리놀레산이 풍부한 기름으로 대체해도 관상동맥질환 사건, 관상동맥 사망, 전체 사망이 감소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오메가6를 늘린 실험 19건 6,461명을 모은 코크란 리뷰에서도 전체 사망 위험비는 1.00으로 차이가 없었다. 나아가 포화지방을 홍화씨유로 실제 바꿔 본 시드니 실험(458명)에서는 바꾼 쪽의 전체 사망률이 17.6%로 대조군 11.8%보다 높았고, 옥수수유로 바꾼 미네소타 실험(9,423명)에서도 콜레스테롤만 내려가고 사망은 줄지 않았다. 미국 보고서에 대한 반박도 있지만, 바꿔서 얻는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남는다.
씨앗기름이 건강에 해롭다는 게 사실인가요?
씨앗기름이 만성질환의 원인이라고 증명한 연구는 아직 없고, 혈중 리놀레산이 높은 사람의 2형 당뇨 위험이 35% 낮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그런 연구들은 정제하고 고온에서 가열한 기름을 수십 년 대량으로 먹는 현대의 방식을 잰 적이 없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리놀레산이 많은 기름은 열에 약해서, 대두유를 185도로 가열하면 2시간 만에 4-HNE라는 산화물질이 상당량 생기고 튀긴 음식으로 옮겨 간다. 유죄 증명이 없다는 것은 안전 증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100년이 안 된 공산품과 수십만 년 먹어 온 지방 중 무엇을 기본값으로 둘지 정하는 데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참기름과 들기름도 씨앗기름인데 왜 괜찮은가요?
가르는 기준이 재료가 아니라 공정이기 때문이다. 화학 용액 없이 눌러 짠 참기름과 들기름은 원재료의 향과 성분이 남아 있다. 반면 콩기름이나 카놀라유는 냄새를 빼고 색을 빼는 정제를 거쳐 무취 무미가 된다. 이 무취 무미 덕분에 과자, 빵, 마요네즈, 튀김솥 어디에나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참기름으로 도넛을 튀길 수는 없지만 콩기름으로는 된다.
이유식과 유아식에는 어떤 기름을 쓰면 되나요?
우리 집 기준은 네 가지다. 기버터와 버터, 고기와 생선에서 나오는 지방, 전통 방식으로 짠 참기름과 들기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따로 기름을 두르기보다 재료에서 나오는 지방으로 충당하는 쪽이 많다. 다만 이것은 공식 권고가 아니라 우리 집 판단임을 밝혀 둔다. 국제기구나 학회가 이유식에 특정 기름을 쓰라고 정한 기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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