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기와 지방 이유식」 시리즈 8편 중 8편, 완결편입니다. → 전체 목차 보기
둘째의 첫 밥에는 아무런 의식이 없었다. 날을 잡지도 않았고, 상을 새로 차리지도 않았다. 돌이 지나고 얼마 뒤, 늘 먹던 연어 반찬 옆에 진밥이 처음 놓였을 뿐이다. 쌀 없이 1년을 큰 아기가 처음 밥을 만난 날의 이야기,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진밥 반, 연어 반
첫 상은 이랬다. 연어를 카라멜라이즈한 양파, 버터와 함께 볶아 토핑을 만들었다. 거기에 진밥을 섞었다. 비율은 반반.
다른 날에는 지방이 많은 목초육 다짐을 버터에 볶아 밥과 섞었다.
돌 전과 달라진 건 그릇의 절반이 밥이 됐다는 것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1년 내내 먹던 그 반찬들이었다. 새로 등장한 쪽이 오히려 조연이었다.
반반이라는 비율도 계산해서 나온 숫자가 아니라 우리 집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모양새다. 아이마다 다를 것이다.
아이는 담담했다
7편에서 돌이 지나 밥맛을 알면 아이는 알아서 탄수화물을 찾을 거라고 썼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둘째는 첫 밥 앞에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1년 만에 해금된 음식 앞에서, 새 반찬이 하나 늘었다는 얼굴로 먹던 대로 먹었다.
밥이 섞이니 전보다 조금 더 잘 먹는 것 같은 느낌은 있었다. 어디까지나 아빠의 체감이다. 밥을 달라고 조르지도, 남기지도 않았다.
혼자 비장했던 건 나였다. 1년을 미뤄온 재료가 식탁에 오르는 날이었으니까. 정작 당사자는 세 숟갈 먹고 나를 보고 베시시 웃었다.
첫째 때도 같은 패턴이었다. 그런데 그 기억은 흐릿하다. 두 아이 모두에게 첫 밥이 아무 사건도 아니었다는 뜻이겠다. 사건이 아니게 만드는 것, 어쩌면 그게 1년 치 준비의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밥 먹냐”
이 시리즈는 어머니의 전화로 시작했다. 1편에 썼던, 아이를 맡기고 이유식을 챙겨드렸더니 “반찬밖에 없다”고 걸려온 전화. 그때 나는 쌀은 돌 지나고 줄 거라고 말씀드렸다.
요즘도 아이를 맡길 때가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정말 반찬만 드린다는 것. 토핑만 통에 담아 드리면서, 밥하고 섞어서 주시라고 말씀드린다.
처음 그렇게 드린 날 어머니가 물으셨다. “이제 밥 먹냐?”
네, 이제 먹어요. 그 짧은 문답으로 1년이 정리됐다. 설명도, 효소 이야기도 필요 없었다. 약속대로 됐다는 것만 확인하면 충분했다.
1년의 복습
시작은 시판 이유식 라벨이었다. 소고기크림이라는 이름 아래 쌀이 70% 넘게 적혀 있던 것을 본 날, 다들 이렇게 하니까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1편). 그 의문을 따라 쌀미음이 표준이 된 역사를 캤고(2편), 6개월 아기에게 정말 급한 것이 철분(3편)과 지방(4편)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가 없어도 씹는다는 걸 식탁에서 지켜봤고(5편), 소간 앞에서 걱정했던 것들을 털어놨고(6편), 쌀을 왜 미뤘는지 적었다(7편). 그리고 이번 편에서, 미뤄뒀던 쌀이 식탁에 올라왔다.
이유식의 본질은 무엇인가
시리즈를 닫으며 남기고 싶은 말은 하나다. 이유식을 굳이 쌀미음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다들 그렇게 한다는 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내가 그래야 할 이유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 집 방식을 따라 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이유식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 시기를 통해 무엇을 이뤄야 하는지. 토핑 이유식이니 뭐니 하는 방법론을 고르기 전에, 본질이 무엇인지는 부모가 쥐고 있어야 한다.
내가 내린 답은 단순했다. 지금 당장 필요하고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것. 그게 이유식의 목적이고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 답 위에서 우리 집 식탁이 차려졌다. 답이 다르면 식탁도 다를 것이고, 그건 그것대로 그 집의 답이다.
오늘도 둘째 그릇에는 진밥 반, 연어 반이 담겼다. 1년 늦게 합류한 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반찬들 사이에 섞여 있다. 주인공은 여전히 반찬 쪽이다.
← 7편: 돌 전 쌀 없는 이유식 1년, 아기는 뭘 먹었나 · 처음부터 읽기: 1편
참고 자료
이 편은 새로운 근거 주장 없이 경험 기록으로 구성했다. 열량·효소·영양 관련 근거는 각 편의 참고 자료를 참고.
마지막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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