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쌀미음 대신 고기부터 먹였나 | 고기와 지방 이유식 1편

반신반의로 시작해, 두 아이를 그렇게 먹이기까지


우리 집 두 아이는 돌이 지나서야 쌀을 먹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한 끼의 중심은 고기와 생선, 노른자, 지방이었다. 이유식 책의 단계표와는 거의 반대로 갔다.

왜 그렇게 했는지 설명하려면, 첫째 이유식을 사려다 뚜껑을 열어봤던 날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이유식은 정말 쌀미음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기가 태어나고 5~6개월쯤 지나면 이유식을 찾아보게 된다. 정신없이 100일을 넘기고, 낯설던 기저귀 갈기와 분유 타기가 겨우 손에 익을 무렵이다. 그쯤 되면 “이제 좀 할 만한가” 싶어진다.

곧 이유식이라는 숙제가 온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 쌀미음 끓이고, 채소 하나씩 넣어주고, 잘 먹으면 다음 재료를 더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막상 책을 펼치고 검색을 시작하면 다르다. 토핑 이유식, 죽 이유식, 시판 이유식, 자기주도 이유식, 단계표까지. 방법은 넘치는데 질문 하나가 계속 남았다. 그래서 왜 이렇게 해야 하는데?

시판 이유식 뚜껑을 열어보니 왜 마음에 걸렸을까?

첫째 때는 시판 이유식으로 시작할 생각이었다. 소고기크림진밥, 닭고기야채죽. 진밥이라는 말에 나는 어른 밥상의 축소판을 상상했다.

어른 닭죽에는 닭고기가 큼직하게 들어 있다. 숟가락으로 건져낼 수 있을 만큼. 그것보다 잘게 썰렸을 뿐 비슷한 걸 기대하고 뚜껑을 열었다.

흰죽이었다.

아기는 이가 없으니 죽을 먹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개운치 않았다.

숟가락으로 몇 번 저었다. 건더기다운 게 잡히지 않았다.

뒷면 원재료명을 봤다. 쌀이 70% 넘게 들어 있었고, 정작 제품 이름이 된 닭고기는 목록 한참 아래에 있었다. 죽에 고기를 조금 넣은 것 아닌가. 그걸 한 끼로 먹이는 게 마음에 걸렸다.

알아두면 좋은 것
제품명에 원재료 이름을 쓰면 그 함량을 백분율로 표시하게 되어 있다. 제품명에 성분명을 사용한 경우에는 뒷면이 아니라 주표시면, 그러니까 앞면에 더 큰 글씨로 적어야 한다. ‘야채’ 같은 통칭명을 썼다면 거기 해당하는 재료들의 함량도 각각 표시해야 한다.
그러니까 “닭고기○○”라고 적힌 제품이라면, 닭고기가 몇 퍼센트인지는 앞면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름만 보지 말고 그 숫자를 보면 된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먼저 먹였을까?

첫째 이유식은 직접 만들었다. 이유식 책에 나오는 목록과는 꽤 달랐다.

소간, 노른자, 고기. 연어를 비롯한 여러 생선. 코코넛크림으로 조리한 대구. 쌀은 없었다.

채소는 당근이나 호박처럼 피트산, 옥살산, 렉틴 같은 흡수 방해 성분이 비교적 적은 것들로 골랐다. 고구마는 아이가 잘 먹어서 곁들였다. 다양한 걸 경험시켜주려고 옆에 두는 정도였다. 한 끼의 중심은 늘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이었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대단한 확신이 있었던 사람 같은데, 전혀 아니었다. 첫째 때 나는 계속 반신반의했다.

“밥을 안 먹으면 애가 힘을 쓰겠냐.”

어머니가 물으셨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순간이 쌓였다. 믿으면서도 불안했다. 내 일이라면 잘못돼도 내가 감당하면 그만인데, 이건 아이 일이다.

남들이 안 가는 길이기도 했다. 다들 하는 대로 하면 적어도 “원래 다 이렇게 한다”는 말 뒤에 설 수 있는데, 나에겐 그게 없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반대로 갈 근거를 찾지 못해서였다.

왜 이유식의 시작은 늘 쌀미음일까?

쌀미음부터 시작하라고 하니 쌀미음부터 시작했고, 이유식은 죽처럼 묽어야 한다기에 그런 줄 알았다. 백화점 식당가나 이유식 사진을 봐도 아기들은 대개 죽을 먹고 있었다.

찾아보니 쌀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은 생각만큼 단단한 근거 위에 있지 않았다. 알레르기 걱정이 적고 소화가 편하다는 이유로 자리 잡은 관행에 가까웠고, 이 순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자들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길어서 다음 글에서 통째로 다루려 한다. 여기서는 그 질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만 적는다.

이가 없으면 정말 죽만 먹어야 할까?

뚜껑을 열었을 때 나를 잠깐 붙들었던 생각으로 돌아가 보자. 아기는 이가 없으니 묽은 죽이나 아주 곱게 간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

아기는 앞니 한두 쌍만으로도 생각보다 잘 먹는다. 씹는 일의 상당 부분은 이가 아니라 잇몸과 턱, 혀가 한다. 조물조물 오래 씹어 삼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반드시 죽이어야 할 이유가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

씹는 자극이 턱뼈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부드러운 먹이로 키운 동물에서 턱 형태와 치아 배열이 달라졌다는 보고들인데, 사람에서는 아직 설계가 단단한 연구가 많지 않다. 이 얘기는 따로 정리하겠다.

질감은 취향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영국의 대규모 출생 코호트 연구(ALSPAC)에서 나온 결과가 있다. 덩어리가 있는 음식을 생후 10개월 이후에야 접한 아이들은 6~9개월 사이에 접한 아이들보다 먹이기가 어렵고 호불호가 뚜렷했다. 같은 코호트를 7세까지 추적한 후속 연구에서는, 9개월 이후에 덩어리 음식을 접한 아이들이 과일과 채소를 포함한 여러 식품군을 더 적게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 연구이니 인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방향은 여러 연구에서 일관된다. 질감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기가 있고, 그 시기를 지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가 앞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의 폭이, 이 시기의 경험에 영향을 받는다. 시판 이유식 뚜껑을 열었을 때의 찜찜함에는 이것도 섞여 있었다. 내용물이 무엇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를, 왜 이 시기 아이의 기본값으로 삼는가.

단계표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유식은 고형식을 먹는 연습이기도 하다. 숟가락과 낯선 질감에 익숙해지는 과정도 중요하다.

다만 내게 더 무거웠던 건 다른 쪽이었다. 세계보건기구도 약 6개월부터 안전하고 영양적으로 충분한 보충식을 시작하도록 안내한다. 보충식이라는 말 그대로, 채워야 할 것이 있어서 시작하는 식사다.

재료 개수나 단계표보다 두 가지를 먼저 봤다.

철분. 철분이 왜 필요한지는 보통 빈혈로 설명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정말 문제가 되는 곳은 뇌다.

임신 후기부터 만 세 살 무렵까지 빠르게 자라는 뇌 구조 중에 철분에 크게 의존하는 것들이 있다.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회로, 신경섬유를 감싸는 미엘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그렇다. 이 시기에 철분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나중에 철분을 보충해도 인지·운동·정서 발달에서 차이가 오래 남는다는 보고가 이어져왔다.

한 가지 더 있다. 몸은 적혈구보다 뇌의 철을 먼저 내어준다. 빈혈 수치가 정상으로 나와도 뇌에서는 이미 부족한 상태일 수 있다는 얘기다. 빈혈은 이른 신호가 아니라 늦은 신호다.

시기가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아기는 태아기 후반에 엄마에게서 철을 받아 저장해두고 태어나는데, 그 저장분이 대략 생후 6개월 전후로 줄어든다. 모유는 여러모로 훌륭하지만 철 농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이 시기부터는 먹는 음식이 철분 공급의 실질적인 통로가 된다.

고기의 헴철은 식물성 식품의 비헴철보다 흡수가 쉽다. 쌀이 70%인 죽에서 이걸 어떻게 채우나. 내 찜찜함의 정체는 결국 이 질문이었다.

지방. 이건 근거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모유를 보면 된다.

모유 열량의 절반가량이 지방에서 온다. 아기가 태어나 처음 몇 달간 먹는 유일한 음식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이유식이 시작되면서 이 비율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기 위는 작은데 몸은 빠르게 자란다.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은 에너지가 나와야 하고, 지방은 무게당 열량이 가장 높은 영양소다.

지방의 역할은 연료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생아는 생후 첫 주 동안 상당한 케톤 상태에 있고, 뇌로 케톤을 실어 나르는 통로도 젖을 먹는 시기에 가장 활발하다. 이 케톤은 뇌에서 에너지로 쓰이는 동시에,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재료로도 우선적으로 쓰인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중 대표적인 게 미엘린이다. 신경섬유를 감싸 신호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게 하는 껍질인데, 이게 대부분 지질로 되어 있다. 뇌 발달에서 지방이 중요한 건 뇌를 굴릴 연료여서만이 아니라, 뇌를 지을 자재이기 때문이다.

비타민 A, D, E, K처럼 지방이 있어야 제대로 흡수되는 영양소도 있다. 채소를 아무리 다양하게 먹여도 지방이 거의 없는 식사라면, 그것들이 실제로 흡수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특정 식품 하나가 답은 아니다. 달걀 하나, 고기 한 숟갈이 아이의 발달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매일의 식사에서 빠뜨리는 것을 줄여가는 일에 가깝다.

밥을 안 먹으면 힘을 쓰겠냐던 질문에 내가 답할 수 있게 된 건, 한참 뒤였다.

밥이 없으면 정말 반찬만 남는 걸까?

어쩌다 한 번 아이를 어머니께 맡기게 됐다. 이유식 통도 같이 챙겨 드렸다.

얼마 안 있어 전화가 왔다.

“애 먹일 게 반찬밖에 없는데?”

통에는 고기가 있고 생선이 있고 채소가 있었다. 밥이 없으니 그건 식사가 아니라 반찬이었다. 전에 하셨던 질문과 같은 얘기였다.

이번에는 대답할 수 있었다. 지금 아이한테 정말 필요한 게 그거라고. 쌀은 돌 지나고부터 줄 거라고. 지금은 전분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때가 아니라고.

처음엔 이해를 못 하셨다. 어머니 세대에는 한 끼에 쌀이 무조건 들어가야 했으니까. 그래도 끝까지 듣고는 납득하셨다.

돌이켜보면 그날 내가 한 설명은 좀 단순했다. 전분 소화에는 여러 효소가 관여하고, 그중 췌장 아밀라아제가 늦게 자리를 잡는 건 맞지만 이를 보완하는 다른 경로도 있다. 이것도 언젠가 제대로 적어보겠다.

다만 그날 중요했던 건 효소 이름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내가 왜 이렇게 먹이는지를 말로 설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두 아이는 지금 어떻게 먹고 있을까?

첫째는 고기를 정말 좋아한다. 어린이집 키즈노트에는 늘 다 먹었다고 올라오고, 선생님도 볼 때마다 잘 먹는다고 하신다. 처음 보는 음식도 엄마 아빠가 먼저 먹는 걸 보여주면 대체로 따라서 시도한다.

아이니까 단것도 좋아하고 과자도 좋아한다. 그래도 당류나 탄수화물을 과하게 먹지는 않는다. 지금도 한 끼의 중심은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다.

둘째 때는 같은 방향으로 가면서도 마음이 달랐다. 첫째 때 붙들고 있던 질문들이 대체로 정리된 뒤였다.

첫째 때 반신반의하며 했던 일을, 둘째 때는 계획해서 했다.

둘째는 이제 막 돌이 지났다. 돌 전 이유식의 대부분을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로 채웠고, 과일이나 퓨레는 거의 먹지 않았다.

아이 둘의 사례일 뿐이다. 이 방식이 모든 아이에게 맞는다는 근거는 없고, 아이마다 기질도 소화도 다르다. 다만 나는 같은 길을 두 번 지나왔고, 두 번째에는 첫 번째만큼 불안하지 않았다.

이 방식으로 시작하기 전,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앞으로 동물성 식품과 지방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니,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일부러 미루지 않는다. 예전에는 늦게 도입하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현재 권고는 그렇지 않다.
  • 형태와 크기는 질식 위험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무엇을 먹이느냐만큼 어떤 형태로 주느냐가 중요하다.
  • 간처럼 특정 영양소가 매우 농축된 식품은 양과 빈도를 정해두고 먹인다. 이 시리즈에서 다룰 식품 중 일부가 여기 해당한다. 관련 편에서 상한섭취량과 함께 구체적으로 적겠다.
  • 아이마다 다르다. 철분이나 성장에 관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소아과 진료에서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이 시리즈는 내가 두 아이를 키우며 세운 기준을 정리한 기록이지 의학적 조언이 아니다.


다음 글은 아까 미뤄둔 질문부터다. 왜 쌀미음이 이유식의 시작이 되었는가.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무엇을 놓았는가.

2편: 왜 우리는 쌀미음부터 시작하게 됐을까

참고한 공식 안내

이 글은 가정에서의 경험과 자료를 함께 정리한 기록입니다. 아이의 성장, 철분 상태, 알레르기, 섭취량은 개인차가 있으므로 걱정되는 점이 있으면 소아청소년과에서 확인하세요.

마지막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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