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단계표에는 칸이 가지런하다. 곡류, 채소, 과일, 고기와 생선.
기름 칸은 없다.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소 하나가 표에서 통째로 빠져 있다. 왜 그 칸이 비었는지, 그리고 우리 집은 그 칸을 무엇으로 채웠는지가 이번 편의 이야기다.
우리 집의 답은 버터였다. 첫째의 첫 이유식은 소간 퓨레였는데, 이유식 시리즈 3편에 적었듯 간을 버터에 볶아서 갈았다. 그 뒤로 이유식 그릇마다 버터가 한 큰술씩 들어갔다.
“아기한테 버터를 그렇게나?”라는 반응이 나올 것도 안다. 그 질문도 피하지 않고 적는다.
이 글이 답하는 세 가지
1. 이유식에 기름을 따로 넣어야 하나?
공공 이유식 안내는 기름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우리 집은 첫 이유식부터 넣었다. 아기의 위는 작고, 그 작은 자리에는 영양과 열량이 가장 빽빽한 음식이 들어가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2. 무슨 기름을 썼나?
주력은 목초를 먹인 소의 젖으로 만든 무염 버터와 기버터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저온압착 제품을 향을 낼 때만, 올리브유는 토마토 요리에 생으로 썼다. 콩기름과 카놀라유는 없다.
3. 얼마나 넣었나?
아기 한 끼 그릇에 버터 한 큰술. 흔히 권하는 양으로 재면 몇 배지만, 우리 집 기준에서는 적은 양이다. 그 차이도 같이 적는다.
이유식 안내문에는 기름 칸이 없다
이 글을 쓰면서 공공 이유식 안내를 찾아봤다.
한 구 보건소의 영유아 영양 안내를 예로 들면, 단계별 표에 곡류와 채소, 과일, 고기와 생선이 칸칸이 나온다. 기름이 들어갈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양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적혀 있다. 가족이 먹을 음식을 양념하기 전에 덜어 내서 쓰라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유식 원칙에서도 지방은 한 줄이다. 지방이 충분한 식단을 줄 것. 무엇으로, 얼마나는 적혀 있지 않다.
나는 이게 의문이다. 가장 중요한 칸이 공란으로 남아 있다.
아기는 젖을 떼기 전까지 열량의 절반가량을 지방에서 얻는다. 이유식 시리즈 4편에 적었듯 모유 열량의 절반가량이 지방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지방이 중요하다고 이렇게 분명하게 말하는데, 정작 우리는 이유식 표에서 그 칸을 비워 둔다.
그러니 이유식 기름은 각 집 부엌이 정한다. 그리고 그 기름은 대개 따로 고른 게 아니라 원래 부엌에 있던 식용유다. 1편에서 본 콩기름과 카놀라유다.
아기 기름은 따로 정해지지 않는다. 부엌 기름을 따라간다.
우리 집 이유식 기름표
먼저 표로 정리한다.
| 기름 | 주로 쓴 곳 | 고른 기준 |
|---|---|---|
| 버터·기버터 | 거의 모든 끼니, 볶고 익힐 때 | 무염, 목초 사육, 첨가물 없음 |
| 고기·생선 기름 | 재료 그 자체 | 떼어 내거나 걷어 내지 않음 |
| 참기름·들기름 | 향을 낼 때 | 화학 용매 없이 저온에서 눌러 짠 것 |
| 올리브유 | 토마토 요리에 생으로 | 엑스트라버진 |
| 우지·라드·코코넛 | 버터 대신 돌려 가며 | 오래 먹어 온 지방 |
| 콩기름·카놀라유 | 쓰지 않음 | 용매로 뽑아 정제한 기름 |
재료를 고르면 지방이 따라왔다는 이야기는 이유식 시리즈 4편에 적었다. 소간에도 연어에도 계란 노른자에도 지방이 있다. 이번 편은 그 위에 따로 더한 기름의 이야기다.
버터는 첫 숟가락부터
버터를 언제부터 넣었느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첫 이유식부터다.
이유식 시리즈 4편에 나도 처음엔 버터가 무서웠다고 썼다. 그건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 이야기다. 1편에 정리한 것처럼 포화지방에 걸린 혐의가 생각보다 가볍다는 걸 알고 나서는 두려움이 남지 않았다.
공포는 대개 모르는 데서 온다. 우리나라는 버터 문화가 아니다. 그래서 버터에는 근거 없는 막연한 두려움이 붙어 있다. 아기 음식이라면 더하다.
공식 안내는 어떨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살균한 전지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유제품을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먹여도 된다고 안내한다. 우유는 돌 전까지 마실 거리로는 주지 않지만, 요리에 넣는 것은 6개월 무렵부터 된다고 한다. 버터만 콕 집어 개월 수를 정한 공식 기준은 찾지 못했다.
이유식 초반에는 무염으로 일반 버터와 기버터를 둘 다 썼다. 고를 때 정말 중요하게 본 건 두 가지였다. 목초를 먹인 소의 젖으로 만들었는가. 아무것도 더하지 않았는가.
기버터는 버터를 가열해 우유 고형분을 걸러 낸 기름이라 유당이 거의 없다. 일반 버터에는 우유 단백질이 100g에 1g이 채 안 될 만큼 남아 있다. 아주 적지만 0은 아니다.
그릇마다 한 큰술, 숫자로 보면
양은 아기 한 끼 그릇에 버터 한 큰술이었다. 끼니마다 그랬다.
이유식 시리즈 4편에는 버터가 거의 모든 이유식에 ‘조금씩’ 들어갔다고 썼다. 같은 이야기다. 내 기준에서 한 큰술은 적은 양이다.
이유는 위의 크기다. 아기는 한 번에 많이 먹지 못한다. 그 작은 자리에 들어갈 음식이라면 영양 밀도와 열량 밀도가 가장 높은 것이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봤다. 이유식 시리즈 3편에서 철분 때문에 간을 고른 것과 같은 계산이다.
한 큰술이 어느 정도인지 숫자로 보면 이렇다.
버터 한 큰술은 약 14g이다. 열량은 약 100kcal, 지방은 11.5g쯤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모유를 평균만큼 먹는 아기가 이유식으로 채워야 할 열량을 개발도상국 자료 기준으로 6~8개월에 하루 약 200kcal, 9~11개월에 약 300kcal로 잡는다. 한 큰술이면 6~8개월 하루 몫의 절반이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6~11개월 영아의 지질 충분섭취량은 하루 25g이다. 버터 한 큰술이 그 절반 가까이를 채운다. 여기에 모유나 분유의 지방이 따로 더해진다.
둘째는 하루 한 끼로 시작해 8개월 무렵부터 두 끼로 늘렸다. 숫자로만 보면 버터가 이유식 열량의 큰 몫을 맡았다.
충분섭취량은 상한선이 아니다. 두 살 전에는 지방을 제한하지 말라는 것이 소아과 쪽의 오랜 권고이기도 하다.
반대쪽 이야기도 펼쳐 둔다
이 시리즈는 내 쪽에 불리한 자료도 같이 펼쳐 왔다. 이번에도 그렇게 한다.
올해 2월, 틱톡의 ‘아기 버터 먹방’이 논란이 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아기에게 버터 덩어리를 통째로 쥐여 주거나, 자기 전에 숟가락으로 떠먹이거나, 분유병에 섞는 영상들이었다. 버터를 먹이면 배가 불러 밤에 깨지 않는다는 주장도 붙었다.
기사 속 전문가들의 말은 이랬다. 음식에 조금 넣는 건 문제없지만 덩어리를 식사처럼 주는 건 영양 균형에 맞지 않는다. 간식처럼 반복해서 주면 다른 영양소를 밀어내고 편식 습관을 만들 수 있다. 흔히 권하는 양은 하루 반~1 티스푼 정도다. 6개월에서 두 살 사이 포화지방 상한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그게 무제한이라는 뜻은 아니다.
한 큰술은 세 티스푼이다. 내게는 적은 양이지만, 흔히 권하는 양으로 재면 그 몇 배다. 이건 그대로 인정한다.
다른 영양소를 밀어낸다는 걱정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우리 집 이유식의 바탕은 쌀죽이 아니라 간과 고기와 생선이었다.
편식 걱정에는 우리 집 사례가 하나 있다. 첫째는 지금 편식 없이 잘 먹는다.
이 숫자는 권고가 아니라 우리 집 기록이다.
따라 해 보고 싶다면 버터를 처음 넣는 날은 다른 새 재료와 겹치지 않게 하고, 적은 양부터 아기 반응을 보자. 우유 알레르기가 있거나 의심되는 아기, 체중이 너무 빨리 늘거나 더디게 느는 아기라면 소아과와 먼저 상의하는 게 맞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향을 위해
참기름과 들기름은 향을 위해 썼다. 영양을 기대한 기름은 아니었다.
둘 다 씨앗에서 짠 기름이다. 그런데도 쓰는 이유는 1편에서 세운 기준 그대로다. 문제는 재료가 아니라 공정이다. 콩기름과 카놀라유는 화학 용매로 뽑아내고 냄새와 색을 지우는 정제를 거친다. 우리가 쓰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저온에서 눌러 짠 제품이다.
같은 씨앗기름이라도 공정이 이렇게 다르면 위험도는 크게 낮다고 본다.
들기름은 하나 더 알아 둘 게 있다. 지방의 60% 이상이 오메가3 계열인 알파리놀렌산이라 빛과 열, 공기에 약하고 금방 산패한다. 농촌진흥청도 냉장 보관을 권한다.
오메가3는 생선이 맡았다
들기름이 오메가3 기름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기 오메가3를 들기름으로 채우면 되겠다 싶다.
우리 집에서 들기름은 들러리였다. 오메가3의 90% 이상은 생선과 대구간유에서 왔다.
이유가 있다. 들기름의 알파리놀렌산은 몸에서 EPA와 DHA로 바뀌긴 한다. 그런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표현을 빌리면 아주 적은 양만 바뀐다. DHA 자체는 생선과 해산물에 들어 있고, 모유에도 들어 있다.
그래서 생선을 일찍, 자주 줬다. 대구와 연어가 중심이었다. 고등어는 이유식 후반에 들어서야 주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돌 전이었다. 대구간유는 7~8개월부터 매일 4분의 1 티스푼씩 먹였다.
올리브유, 우지, 라드, 코코넛도
버터만 쓴 건 아니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는 주로 토마토 요리에 썼고, 가열하지 않고 생으로 둘렀다. 토마토의 붉은 색소 라이코펜은 기름에 녹는 성분이다. 2004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무지방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를 먹었을 때 라이코펜을 포함한 카로티노이드가 거의 흡수되지 않았다.
우지와 라드, 코코넛오일도 버터 대신 돌려 가며 썼다. 2편에 적었듯 우리 집 부엌에는 우지와 라드가 있다. 대구처럼 지방이 적은 흰살생선은 코코넛크림으로 조리했다.
불은 언제나 중약불
무엇으로 조리하든 불은 무조건 중약불이었다.
버터는 150℃ 안팎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우유 고형분이 먼저 타기 때문이다. 그 고형분을 걸러 낸 기버터는 250℃ 가까이 버틴다.
기버터라면 센 불도 되는 셈이지만 그렇게 쓰지 않았다. 아기 요리에 센 화력이 필요한 일이 없다. 굳이 기름을 태울 이유가 없다.
기름이 센 열을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튀김 기름 편에서 따로 다룬다.
집 밖의 기름은 내려놓았다
어린이집 급식 기름은 솔직히 포기한 부분이다.
물어봐도 만족스러운 답을 듣지 못할 것 같았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엄마 한 분이 실제로 물어본 적이 있는데, 돌아온 답은 매번 포도씨유나 콩기름 같은 값싼 씨앗기름이었다.
한 집의 경험이지만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 씨앗기름이 어떤 기름인지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시판 제품은 올리브유가 마지노선이다. 성분표를 꼼꼼히 보고, 씨앗기름이 들어간 건 되도록 거른다. 3편에서 본 아기 과자 뒷면 이야기 그대로다.
그래서 원칙은 1편부터 같다. 집 부엌에서는 치우고, 밖에서는 알고 먹는다. 아이 기름도 다르지 않다. 집에서 먹는 끼니만큼은 우리가 고른다.
지금은 같은 기름을 먹는다
둘째가 가족 식탁으로 넘어온 지금, 아이 기름과 어른 기름은 같아졌다. 따로 챙기는 이유식 기름은 남아 있지 않다.
처음부터 그걸 바랐다. 내가 먹는 걸 아기도 먹고, 아기가 먹는 걸 나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영양 공부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웨스턴 A. 프라이스 재단의 기조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이유식 기름을 고른 게 아니었다. 우리 집 부엌의 기름을 고른 것이었고, 아이는 그 식탁에 조금 일찍 앉았을 뿐이다.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이유식 냄비 옆에 있는 기름병을 들어 뒷면을 보자. 대두유, 채종유(카놀라),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옥수수유. 그 이름이 아기가 먹는 기름의 이름이다.
바꿀지는 각자 정하면 된다. 다만 아기 기름은 따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부엌 기름을 따라간다는 것, 그것 하나는 알고 정하자.
앞으로 다룰 것들
- 분유에 들어가는 기름은 규제되지 않는다, 우리 집의 타협 이야기
- 한 번 튀긴 기름과 열 번 튀긴 기름
- 그래서 무엇으로 바꿨나 (실전편)
- 덜 먹는데 왜 더 찌나
자주 묻는 질문
이유식에 버터는 몇 개월부터 넣을 수 있나요?
버터만 콕 집어 개월 수를 정한 공식 기준은 찾지 못했다. 영국 NHS는 살균한 전지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유제품을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먹여도 되고, 우유도 마실 거리가 아니라 요리에 넣는 것은 6개월 무렵부터 된다고 안내한다. 우리 집은 첫 이유식부터 무염 버터와 기버터를 썼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거나 의심되는 아기라면 소아과와 먼저 상의하자.
이유식에 버터는 얼마나 넣나요?
정해진 공식 양은 없다. 2026년 ‘아기 버터 먹방’ 논란을 다룬 기사에서 전문가들이 흔히 권하는 양으로 든 것은 하루 반~1 티스푼이었다. 우리 집은 아기 한 끼 그릇에 한 큰술(약 14g, 100kcal)을 넣었는데, 이것은 권고가 아니라 기록이다.
이유식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써도 되나요?
우리 집은 저온에서 눌러 짠 참기름과 들기름을 향을 낼 때 썼다. 기준은 화학 용매로 뽑아 정제한 기름이 아니라 압착한 기름인가였다. 들기름은 오메가3 계열 지방산이 60% 이상이라 산패가 빠르므로 냉장 보관한다.
들기름으로 아기 오메가3를 채울 수 있나요?
어렵다고 본다. 들기름의 알파리놀렌산은 몸에서 EPA와 DHA로 아주 적은 양만 바뀐다는 것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설명이다. DHA는 생선과 해산물, 모유에 들어 있다. 우리 집은 오메가3의 90% 이상을 생선과 대구간유로 채웠고, 들기름은 향을 위한 들러리였다.
버터와 기버터는 무엇이 다른가요?
기버터는 버터를 가열해 우유 고형분을 걸러 낸 기름이라 유당이 거의 없고,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도 버터(약 150℃)보다 높은 약 250℃다. 영양 성분은 원래 버터와 거의 같다. 우리 집은 둘 다 무염으로 썼고, 어느 쪽이든 중약불로 조리했다.
마지막 수정: 2026년 10월 10일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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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c.nal.usda.gov - NHS. Your baby’s first foods: from around 6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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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khan.co.kr - McGill University Office for Science and Society. Is Ghee Healthier Than Normal Butter? 2018.
mcgill.ca -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Omega-3 Fatty Acids: Fact Sheet for Consumers.
ods.od.nih.gov - 뉴스와. 「상온 보관한 들기름의 무서운 변화」(농촌진흥청 냉장 보관 권고 인용). 2026년 9월 12일.
news-wa.com - Brown MJ 외. Carotenoid bioavailability is higher from salads ingested with full-fat than with fat-reduced salad dressings.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80(2):396-4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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