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을 올리고 며칠 뒤, 댓글 하나가 달렸다.
“그럼 쌀 빼고 소고기+채소는 영양적으로 괜찮은거야? 아니면 철분이 많이 들어있는 재료만 먹여야 하는거야?”
읽고 한참 웃었다. 정확히 내가 첫째 이유식 앞두고 밤마다 하던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지도는 손에 쥐었는데 정작 배를 어디로 몰아야 할지 모르는 상태. 1편이 그 상태까지 데려다 놓은 거라면, 이 글은 거기서부터다.
“쌀 빼고 소고기+채소”처럼, 나도 이유식이 이렇게 간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대체로 이게 좋다면 이것만 먹이고, 저게 좋다면 저것만 먹인다. 철분이 급하다니까 철분만.
그런데 먹이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아기마다 다르고, 같은 아기도 지난주와 이번주가 다르다.
그래서 이 글은 이걸 먹여라 저걸 먹여라 하는 글이 아니다. 논문이나 연구 결과 제목만 겉핥기로 훑고 “이것 드세요!”
하는, 클릭 한 번에 소멸되는 영혼 없는 트래픽용 기사를 쓸 생각도 없다.
1편에서도 말했듯 “영양적으로 괜찮다”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블로그, 이 글에서의 정의는 한 문장이다.
아기가 성장하는 시기에 꼭 필요한 재료를, 적재적소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넣어주는 것.
물론 내가 했던 방식과 예시를 보여주겠다.
그런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여러분 스스로 재료를 정하고 조리법을 정하고 왜 그런지까지 알게 되는 것, 그게 이 글의 목표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낚는 법을 알려주겠다. 낚는 법을 알면 어느 바다에서든 낚는다.
그리고 이 낚는 법은 이유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돌이 지나 유아식이 되고, 아이가 식탁에서 어른 밥을 넘보기 시작하고, 어느 날 문득 내 접시를 내려다보게 되는 순간까지 같은 원리가 간다.
뭐가 급한지 알고, 그걸 어떤 재료에 실어, 어떻게 조리해 넣어줄 것인가.
아기 이유식의 조합법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나와 우리 가족 전체를 위한 영양 지침이다.
자, 이유식이라는 은하수를 어떻게 탐험해야 하는지 대충 느낌은 왔을 것이다. 근데 실제로 어떻게 하냐고?
실전 레시피와 방법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레시피를 짜는 법과 재료를 고르고 배합하는 기준부터 짧게 점검하고 가자.
이걸 알면 레시피를 외울 필요가 없어진다.
그 전에 선 하나만. 이미 아이 잘 먹이고 있으면 바꿀 거 없다. 다만 “잘”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이 이 글의 첫 번째 장비다.
츄츄바이트 조합법
처음 이유식을 만들 때 나는 레시피 책을 샀다. 한 달 만에 덮었다. 6개월 3주차 화요일 메뉴 같은 걸 외워서 될 일이 아니었다.
우리 집 냉장고는 책의 냉장고가 아니었고, 둘째는 책의 아기가 아니었다.
대신 공식을 하나 만들었다. 츄츄바이트의 모든 레시피는 이 구조로 되어 있다.
주연(지방) + 서브주연(단백질) + 조연(뿌리채소 또는 탄수화물).
이 세 자리에 제철 재료든 그날 마트에 싱싱하게 들어온 것이든 갈아 끼우면 된다. 드라마 캐스팅이라고 생각하면 제일 쉽다.
주연이 둘이면 극이 산으로 간다. 결혼식에 신부가 둘일 수 없는 것과 같다. 접시 위에서도 주인공은 하나, 지방이다.
서브주연은 그 주인공을 받쳐주고, 조연은 무대를 채운다. 이 배역만 기억하면 레시피는 외울 게 없다.
주연이 둘이면 극이 산으로 간다. 접시 위의 주인공은 지방 하나.
조합의 목적은 각 시기에 맞는 필수 영양소를 채우는 것이다. 1편에서 말한 그 구멍들.
철분, 아연, 비타민 K2·D·A 3종, 콜린, 여기에 구리까지.
1편의 채점표 “이 한 숟가락이 구멍을 메우는가”는 재료 하나에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접시 전체에 던지는 질문이다.
소고기 하나가 여섯 구멍을 다 메울 필요는 없다. 출연진 전체가 메우면 된다.
그러니 “철분 많은 것만”이 아니다. 접시 위에 구멍 메우는 놈이 제 자리에 앉아 있느냐, 그게 전부다.
시기별로 집중할 영양소
보통 이유식을 초기·중기·후기로 나누고, 그 구분은 질감이다. 미음에서 죽으로, 죽에서 진밥으로. 나는 그 구분을 안 쓴다.
같은 초기·중기·후기를 쓰되 기준은 질감이 아니라 그 시기에 가장 급한 영양소다.
초기(5~6개월~)는 철분이다.
태아 때 받아온 저장고가 이 무렵 바닥나고, 필요량은 하루 11mg으로 뛰는데 모유 1리터에는 0.3mg이 안 들어 있다.
여기서 11mg이라는 숫자를 한 겹 벗겨보자. 이건 미국 기준이고, 흡수율 10%를 가정하고 거꾸로 계산한 숫자다.
아기 몸이 실제로 흡수해서 써야 하는 철은 하루 0.7~1mg 남짓이다.
그런데 쌀이나 채소의 비헴철은 흡수율이 10%도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고기의 헴철은 15~35%, 몸이 철이 모자란다고 판단하면 40% 가까이 올라간다.
같은 1mg을 몸에 넣으려면 비헴철로는 10mg을 먹여야 하고 헴철로는 3mg이면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기준이 6개월 이후 하루 6mg으로 미국보다 낮은 것도 흡수율 가정이 달라서다.
그러니 초기의 채점표는 “철분 몇 mg”이 아니라 딱 하나다. 헴철을 실었는가.
채점표는 “철분 몇 mg”이 아니라 “헴철을 실었는가”. 같은 양이면 고기가 세 배 넘게 효율적이다.
중기와 후기(7개월~돌)는 비타민 K·D·A 3종이다.
이 시기 아기는 뼈가 길어지고 이가 나고 면역이 세팅되는 폭풍 성장 구간인데, 뼈에 칼슘을 넣는 게 D, 그 칼슘을 뼈에 붙이는 게 K2, 상피와 면역과 시력을 만드는 게 A다.
셋 다 지용성이라 지방이라는 셔틀이 있어야 흡수되고, 셋 다 동물성 식품에 몰려 있다.
그래서 이 시기부터 노른자, 간, 버터, 기름진 생선이 고정 출연진이 된다.
아연과 콜린은 전 구간 상시 근무다. 고기와 노른자를 매일 실으면 알아서 채워진다.
초기의 채점표는 하나, 헴철을 실었는가. 중기부터는 지방 셔틀에 K·D·A를 태운다.
우리 집 화물칸에 실렸던 재료들
주연에는 항상 지방이 많은 친구들이 들어간다. 내가 실제로 쓴 재료들을 역할과 함께 적어둔다. 괄호 안이 그 재료를 캐스팅하는 이유다.
해산물
| 재료 | 캐스팅 이유 |
|---|---|
| 연어 | 비타민 D·DHA. 우리 집 D 담당, 거의 매일 출근 |
| 대구 | 담백한 단백질과 요오드. 기름기가 없어 반드시 지방을 붙여야 하는 서브주연 |
| 고등어 | 오메가3 폭탄에 D·B12. 국산은 수은이 낮은 편이라 일찍 썼다 |
| 삼치 | 고등어 동생. 살이 부드러워 초기부터 편하다 |
| 바지락 | 철분이 무게당 소고기의 서너 배 이상, B12는 자릿수가 다르고, 감칠맛 폭탄. 조개는 반드시 완전히 익힌다 |
| 관자 | 단백질·아연·B12·타우린. 부드럽고 은은하게 달아서 아기가 잘 받는다. 역시 완전히 익혀서 |
| 오징어 | 구리·타우린. 질겨서 아주 잘게 다지는 게 조건 |
육류
| 재료 | 캐스팅 이유 |
|---|---|
| 닭고기 | 단백질. 다리살이 지방이 있어 가슴살보다 낫고, 껍질도 같이 준다. 껍질이 곧 지방이다 |
| 오리고기 | 지방 많은 육류, 철분은 닭보다 많다. 단호박과 궁합이 좋다 |
| 소고기 | 헴철·아연·B12. 초기 철분 담당 주연 중의 주연. 주로 초지 방목 소고기, 우삼겹·다짐육처럼 지방 많은 부위 |
| 돼지고기 | 비타민 B1이 육류 중 최상급. 이베리코 위주로 후기부터 자주 |
| 계란 | 콜린·콜레스테롤·A·D·B12·루테인. 난각번호 1번, 흙목욕하고 벌레 잡아먹으며 자란 닭의 알 |
내장육과 부산물
| 재료 | 캐스팅 이유 |
|---|---|
| 소간 | A·B12·구리·엽산을 한 스푼에 몰아 담는 밀도. 카메오 |
| 닭간 | 소간보다 부드럽고 엽산이 더 많다 |
| 양간 | A 밀도가 가장 높아 빈도를 더 줄인다 |
| 양염통 | 근육 같은 식감의 내장. CoQ10·B12·철 |
| 닭발 | 콜라겐·젤라틴. 국물 베이스와 점도 담당 |
(아기한테 내장을? 싶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여러분도 순대국에 내장탕에 곱창까지 내장을 참 다양하게 먹는다. 왜 아기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하나. 내장은 비타민과 미량영양소가 응축된 식품이고, 우리 선조들이 사냥감에서 제일 먼저 먹던 부위다. 채소 한 대접 먹어야 나오는 양이 한 줌에서 나온다.)
채소 (항영양소가 적은 뿌리채소 위주)
| 재료 | 캐스팅 이유 |
|---|---|
| 애호박 | 수분과 부드러움. 점도 조절용 |
| 쥬키니 | 애호박의 순한 사촌. 물러서 초기 점도용 |
| 단호박 | 베타카로틴과 자연 단맛. 점도의 주력 |
| 땅콩호박 | 단호박보다 부드럽고 달아서 퓨레 베이스로 최고. 버터와 궁합 |
| 당근 | 베타카로틴. 지방과 같이 볶아야 흡수된다 |
| 양파 | 카라멜라이징하면 설탕 없는 단맛. 우리 집 최다 출연 조연 |
| 순무 | 부드럽고 은은해서 초기용 |
| 고구마 | 탄수화물 담당. 줄 땐 버터 필수 |
| 토마토 | 리코펜과 감칠맛·신맛. 올리브유에 볶아야 리코펜이 나온다 |
| 버섯류, 양송이·표고·팽이·느타리 | 구아닐산 감칠맛. 고기 접시의 조미료 |
| 아보카도 | 분류상 과일이지만 당이 거의 없고 지방 덩어리라 채소 칸에 앉혔다. 단일불포화 지방·엽산·칼륨. 으깨면 그대로 점도용 |
주연 역할을 하는 지방
| 재료 | 캐스팅 이유 |
|---|---|
| 기버터 | 유당·유단백을 뺀 버터. 볶음용 |
| 목초버터 | K2·A·부티르산. 마무리용 |
| 라드 | 돼지 지방. 볶음에 안정적 |
| 우지 | 소 지방. 우삼겹 볶을 때 저절로 나온다 |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 폴리페놀. 토마토 소스에 |
| 코코넛오일·코코넛크림 | 중쇄지방산. 생선의 짝 |
| 생크림·사워크림·클로티드 크림 | 지방과 점도를 한 번에. 클로티드 크림은 셋 중 지방이 제일 진하다 |
| 아보카도유 | 고온에 강해 볶음용 |
| 가끔 오리기름과 참기름·들기름 | 풍미. 들기름은 열에 약해 마무리로만 |
그리고 지방 많은 동물성 재료를 조리할 때 나오는 기름은 안 버리고 그대로 쓴다.
정제 씨앗기름은 쓰지 않는다. 콩기름, 카놀라유, 옥수수유, 해바라기유 같은 공장 정제유 말이다. 참기름과 들기름도 씨앗에서 나오지 않냐고?
관건은 씨앗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화학 용매로 녹여서 뽑았느냐, 전통 방식으로 눌러 짰느냐다. 이 구분은 씨앗기름 시리즈에 따로 써뒀다.
목초 얘기도 하고 가자. 우리 집은 목초 사육 소고기와 목초 버터를 썼다. 옵션이고 업그레이드다.
마트 다짐육에 일반 버터로도 채점표의 구멍은 전부 메워진다. 다만 할 수 있다면 무조건 추천한다.
우리가 먹는 원물 자체의 오메가3와 오메가6 비율이 정말 중요하고, 그 비율을 가르는 게 그 소가 뭘 먹고 자랐느냐다.
왜 목초 사육 고기인가는 별도 글로 다루겠다.
너무 비싸고 구하기 어렵지 않냐고? 첫째 이유식 할 때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나만 해도 집 앞 GS프레시에서 초지 방목 다짐육이나 우삼겹을 산다.
정가 200g에 만 원 선, 소비기한 임박 상품은 7~8천 원대로 나온다. 인터넷은 더 싸다.
내가 주로 초지 방목 소고기와 부산물을 사는 곳은 추후 링크로 걸어두겠다.
볶는 이유, 그리고 팬 바닥의 비밀
조리법은 주로 기름에 볶는다. 양질의 동물성 지방을 이질감 없이 제일 자연스럽게 먹이는 방법이 볶는 거라서다.
삶거나 찌는 게 열등하다는 건 아니다. 볶는 게 제일 효율적이고 제일 덜 귀찮을 뿐이다. 삶거나 찌더라도 마지막엔 지방과 섞는다.
목표는 하나, 매끼 건강한 동물성 지방이 들어가는 것.
볶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매번 쓰는 스킬은 아니지만, 지독한 먹태기가 온 아기한테 특효약처럼 꺼내 드는 비밀 무기다. 디글레이징.
스텐팬에 고기나 채소를 볶다 보면 바닥에 얇고 노릇한 층이 눌어붙는다. 이거 탄 게 아니다.
재료의 아미노산과 당이 고온에서 농축된 풍미 덩어리다.
여기에 아기용 육수나 레몬즙, 질 좋은 발사믹 식초를 살짝 둘러서 바닥을 긁어 녹여내면, 그 감칠맛이 고기와 채소에 다시 코팅된다.
아기라고 다를 게 없다. 매일 똑같이 맹맹한 찜 요리에 식감의 지루함과 미각의 권태를 느낀다.
팬 바닥에서 구출해 낸 천연 감칠맛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입 꾹 닫고 고개 돌리던 아기가 숟가락을 마중 나온다. 우리 집에서 실측된 얘기다.
팬 바닥의 노릇한 층은 버리는 게 아니라 구출하는 것이다.
굽거나 볶으면 당독소가 생기지 않냐고? 걱정 마시라.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필자는 더 넓고 깊게 팠다.
음식으로 들어온 당독소는 대부분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며, 건강한 대사가 나머지를 처리한다.
반대로 삶기만 고집하면 물로 빠져나가는 영양소가 있고, 지방 없이 찌기만 하면 지용성 비타민은 실어 나를 셔틀이 없다.
문제는 갈색을 넘어 검게 태우는 과열 조리지, 중약불에 원물을 볶는 게 아니다. 레몬즙이나 식초 같은 산을 쓰면 당독소 생성도 줄어든다.
독이 되느냐 약이 되느냐는 용량과 맥락의 문제고, 진짜 피해야 할 당독소는 가공식품에 있다.
반대로 얻는 게 있다. 지방을 매개로 볶으면 지용성 비타민 A·D·E·K와 베타카로틴·리코펜 같은 카로티노이드의 흡수가 몇 배로 뛴다.
당근을 물에 삶기만 하면 베타카로틴은 대부분 통과하고, 버터에 볶으면 몸에 들어온다.
물에 푹 삶는 조리만 고집하면 철과 아연, B군이 물로 빠져나가고 그 물은 대개 싱크대로 간다.
이유식기 아기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극소량의 식이성 당독소가 아니다. 철분·아연·지용성 비타민 결핍으로 인한 뇌 발달 지연이다.
걱정의 방향을 제대로 잡자. 당독소 얘기는 별도 포스팅으로 제대로 다루겠다.
진짜 위험은 극소량의 당독소가 아니라 철·아연·지용성 비타민 결핍이다. 걱정의 방향을 제대로 잡자.
아기는 미쉐린 심사위원이다
여기서 잠깐, 재료 얘기를 하다 보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영양만 보고 맛을 잊는 것.
아기들도 맛있는 걸 좋아한다. 흑백요리사 기억하는가.
안성재 셰프는 간이 맞네 안 맞네, 채소 익힘 정도가 어떻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까다롭다.
우리 아이들은 미각 면에서 어쩌면 미쉐린 셰프보다 더 예민하고 까다롭다. 어른은 맛없어도 예의상 먹지만 아기는 예의가 없다.
그래서 죽이나 진밥만 주구장창 주면 잘 안 먹거나 싫증을 낸다.
아기도 어른과 똑같고, 이 시기쯤 되면 생각보다 많은 걸 인지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구분한다.
엄마 아빠 입에는 맛있고 향기로운, 먹음직스러운 게 들어가는데(요리에서 향이 차지하는 몫은 정말 크다), 내 입에는 식감도 없고 맛이라고는 일도 없는 덩어리가 들어온다는 것.
아기의 먹태기는 생각보다 많은 경우 부모의 요리에서 시작된다.
첫째 둘째 모두 돌 전까지 죽이나 진밥을 주지 않았다.
식감과 점도는 단호박이나 애호박 같은 채소로 잡았고, 생크림이나 코코넛크림으로도 잡을 수 있다. 지방이 들어가면 고기는 뻑뻑하지 않다.
뻑뻑한 고기를 아기가 뱉는 건 고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요리가 덜 된 거다.
왜 초기부터 식감인가
보통 시판이든 집이든 미음에서 죽으로, 죽에서 진밥으로, 진밥에서 반찬으로 올라간다. 물에서 시작해 점점 굳혀가는 순서다.
나는 초기부터 식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저작운동이다.
씹는 건 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잇몸과 혀와 턱이 하는 일이고, 그 근육은 연습으로 자란다.
이가 없어도 아기는 씹는다는 얘기는 시리즈 5편 「이가 없어도 아기는 씹는다」에 써뒀다.
그리고 여기엔 시기가 있다. 영국에서 아이 7,821명을 7년 동안 추적한 연구가 있다.
덩어리 있는 음식을 9개월 이후에야 시작한 아이들은 7세 때 채소 섭취가 유의하게 적었고, 먹이기 어렵다·거부한다·편식한다는 보고가 더 많았다.
같은 아이들의 15개월 시점 데이터도 같은 방향이었다. 물처럼 매끈한 이유식을 오래 끌수록 나중에 먹이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씹기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이건 따로 포스팅을 파서 자세히 다루겠다. 여기선 방향만.
초기 : 철분에 집중
둘째 첫 이유식은 노른자였다. 쌀미음이 아니라.
처음 시작은 달걀노른자다. 완숙으로 시작해서 적응되면 반숙까지 갔다.
여기서 하나 정직하게 적어둔다. 영유아 지침은 계란을 완전히 익히라고 한다. 살모넬라 때문이다.
우리 집은 산란한 지 얼마 안 된, 신뢰하는 농장의 1번 계란이라 반숙까지 갔지만, 방목이 살모넬라를 보증하는 건 아니다.
반숙은 내 판단이었고, 자신 없으면 완숙으로 가라. 완숙도 충분히 훌륭하다.
그런데도 내가 반숙을 고집한 이유는 있다. 노른자의 영양소 중에 열에 약한 것들이 꽤 된다.
엽산은 열과 빛에 약해서 오래 삶으면 상당량이 날아가고, B1과 B2도 같은 편이다.
지용성인 A와 D는 비교적 버티지만 고온에서 오래 가열하면 산화되며 조금씩 깎인다.
노른자를 노랗게 만드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뇌와 망막을 지키는 항산화 성분인데, 열과 산소를 같이 만나면 손실이 커진다.
콜린은 분자 자체는 튼튼한데, 노른자 속 콜린은 지방산과 결합한 레시틴 형태로 흡수율이 극대화돼 있어서 과한 열에 그 구조가 상하면 생체이용률이 떨어진다.
그래서 영양 보존만 따지면 흰자는 완전히 익고 노른자는 크리미하게 살아 있는 상태, 수란이나 반숙이 제일 이상적이다.
나는 알레르기만 없다면 건강하고 신선한 계란을 끓는 물에 5~6분 익혀 반숙 노른자만 주는 걸 선호한다.
흰자는 익고 노른자는 크리미하게. 자신 없으면 완숙, 완숙도 충분히 훌륭하다.
노른자는 닭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콜린이 노른자 하나에 이 시기 하루 필요량 가까이 들어 있고, 콜레스테롤은 신경세포의 막과 수초를 만드는 재료다.
모유 자체가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식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다. 여기에 비타민 A, D, B12, 루테인까지.
이 시기 뇌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데, 그 재료가 노른자 하나에 다 들어 있다.
자연이 만든 영양제 캡슐이 있다면 이렇게 생겼을 거라고 1편에 썼다.
6개월 첫 식단, 우리 집 방식
타이밍부터. 수유 후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뒤. 완전히 배고플 때는 피한다. 배고파서 우는 아기한테 낯선 걸 들이밀면 낯선 것부터 미워한다.
완숙 노른자 1개를 모유나 분유에 섞어 질감 있는 퓨레로 만들어 준다(적응되면 반숙으로). 이때부터 노른자는 하루에 하나씩 꼭.
이렇게 줘도 되고 나중엔 음식에 섞어도 된다.
이때부터 하루에 재료 하나씩 테스트한다. 초반은 다양한 재료를 시험하는 구간이다.
많이 안 먹어도 된다. 둘째는 이때 많이 먹어야 30g이었다. 영양 밀도만 높다면 양은 중요하지 않다. 생각해봐라.
노른자에 동물성 이것저것으로 30~60g 먹는 아기와, 탄수화물에 토핑 좀 올려서 180g 먹는 아기. 배는 부르겠지. 근데?
그리고 이때부터 목초 다짐육을 노른자에 섞어서 줬다. 입자가 너무 굵어서 힘들어하면 좀 갈아줘도 된다. 근데 명심하자. 물처럼 만들면 안 된다.
물이 되는 순간 앞에서 말한 씹기 골든타임이 흘러간다.
초기 캐스팅 (5~6개월~)
반숙 노른자. 특별한 알레르기나 질환이 없는 건강한 아기라면 끓는 물에 6분 정도 익힌 반숙 노른자를 매끼 주거나 요리에 섞어준다.
요리에 섞을 땐 같이 넣고 볶거나 삶는 게 아니라, 다 된 요리에 소스처럼 얹는다. 첫 무대는 노른자가 주연과 서브주연을 혼자 겸한다.
노른자 섞은 목초 다짐육 + 버터 한 큰술. 적응되면 버터나 동물성 지방에 카라멜라이징한 양파를 더한다.
풍미가 확 올라가고, 자연 단맛으로 입맛도 올라간다. 설탕 없이 단맛을 내는 방법이 이 양파고, 두 아이에게 가장 많이 먹인 접시가 이거다.
으깬 연어를 버터에 볶고, 카라멜라이징한 양파로 질감을 잡는다.
초기엔 크림 없이 버터와 양파만으로도 충분히 부드럽다. 양파의 단맛이 연어 비린내도 눌러준다.
연어는 비타민 D 담당이다. 나는 첫째 둘째 모두 이유식 전까지만 비타민 D 보충제를 줬고, 이후엔 연어를 거의 매일 먹였다.
숫자로 적어두면 연어 30g의 비타민 D는 대략 100~250IU라 미국소아과학회 권고 400IU를 연어만으로 채우긴 빠듯하고, 우리 집은 대구간유가 나머지를 메웠다. 그 얘기는 6편에.
소간 퓨레. 버터에 양파와 같이 볶아서 블렌더로 간다. 소간은 맛이 강해서 숨기는 게 중요하다.
양파를 카라멜라이징해서 버터에 볶으면 많이 감춰지고, 그래도 찡그리면 생크림이나 코코넛크림을 킥으로 넣으면 더 가려진다.
간 얘기는 여기서 정리하고 가자. 나는 자연 식품으로 들어오는 비타민 A는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 다만 우리 집 나름의 상한선을 뒀다.
한 번에 한 스푼, 주 1~3회. 공식 상한섭취량이 하루 600μg이고 소간 한 스푼(5g)이 약 470μg이니 그 안에서 논 것이다.
상한선을 둔 건 누굴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다. 뉴스 기사 하나, 관찰연구 하나만 보고 비판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 연구는 누가 돈을 댔는지, 어떻게 설계됐는지, 자연 섭취인지 인위적 섭취인지는 안 본다. 물론 비타민 A 과다는 문제다.
그런데 그 상한선이라는 것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여기까지는 문제가 안 생긴다”는 최소선을 정한 거고, 그 계산은 시리즈 6편 「소간을 먹이며 내가 걱정한 것들」에서 다 해봤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부터 노르웨이 아기들은 대구간유를 먹었고, 2차대전 때 영국 정부는 산모와 아이들에게 대구간유를 배급했다.
나는 비타민 A만 먹이라는 게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K·D·A의 비율이고, 방점은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채우는 데 있다.
비타민 A 얘기는 별도 포스팅으로 제대로 다루겠다.
중기 : 폭풍 성장을 위한 K·D·A
7개월 이상, 혹은 초기에 적응되면 바로 시작한다. 초기 캐스팅은 그대로 두고 출연진이 추가된다. 이 시기부터 기름진 생선과 조개가 들어온다.
으깬 연어 + 생크림 + 카라멜라이징 양파. 초기의 연어 버터 볶음에 생크림이 합류한 버전이다.
버터 자리에 생크림이 들어가면 지방도, 부드러움도 한 단계 올라간다. 연어에 익숙해졌다면 바로 넘어와도 된다.
바지락 차우더. 다진 바지락 + 대구 또는 연어 + 생크림 + 양파.
바지락은 무게당 철분이 소고기의 서너 배 이상이고 B12는 비교가 안 된다. 거기에 감칠맛 폭탄이라 아기가 잘 받는다. 조개는 완전히 익혀서.
고등어 토마토. 고등어 + 방울토마토 다져서 올리브유에 볶아 만든 소스 + 양파 혹은 애호박.
고등어는 국산 기준 수은이 낮은 편이라 일찍 썼고, D와 오메가3를 한 번에 싣는다.
코코넛 대구 쏘테. 대구를 버터에 볶아 코코넛크림을 넣고 양파와 서빙한다. 대구는 기름기가 없어서 버터가 좀 들어가줘야 한다.
이게 조합법의 핵심이다. 기름기 없는 서브주연에는 주연(지방)을 반드시 붙인다. 안 붙이면 그 접시는 D와 A를 실었어도 배송이 안 된다.
후기 : 치트키 해금
9~12개월. 이때부터 양파가루, 마늘가루, 훈연 파프리카 가루 같은 치트키가 해금된다.
감칠맛이 한 단계 올라가고, 같은 재료가 다른 요리가 된다.
단호박 퓨레(버터 넣어서) + 오리고기 볶음. 은근 잘 어울린다. 코코넛오일 살짝 넣으면 풍미가 더 올라간다.
오징어 볶거나 삶아서 버터에 섞고 + 양파. 오징어는 질긴 재료라 아주 잘게 다진다. 덩어리째는 질식 위험.
돼지고기는 이 시기부터 자주 쓴다. 이베리코 위주. 돼지나 닭은 소와 달리 위가 하나라 먹은 게 그대로 지방과 살에 쌓인다.
그래서 어떻게 키웠고 뭘 먹고 자랐는지가 소보다 더 중요하다. 이것도 추후에.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후기부터는 고구마나 단호박, 바나나를 활용한 빵도 된다.
잘 먹는 아기면 중기에 도입해도 되는데, 초기·중기엔 배도 작고 먹는 양도 적어서 그 작은 위에 미량영양소부터 최대한 채워 넣느라 나는 후기로 미뤘다.
말이 빵이지 밀가루 없는 빵이다.
고구마 중간 크기 반 개에서 한 개 + 버터 크게 한 스푼(코코넛오일도 되고, 반반 한 스푼씩도 된다) + 계란 전란을 섞어서 실리콘이나 유리 용기에 넣고 전자레인지 1분 30초.
간식도 되고 한 끼도 되는, 지방·탄수·단백 대략 5:3:2의 복합탄수 고지방 빵이 나온다. 고구마 자리에 바나나나 호박을 넣어도 된다. 자세한 건 레시피 페이지에.
생각나는 게 일단 여기까지다. 레시피는 추후 페이지를 만들어 디테일하게 정리한다.
왜 이 레시피를 만들게 됐는지, 어떤 영양소를 채우는지, 조리법은 어떤지까지.
질감이 아니라 영양소로 구간을 나눈 우리 집 항로. 양·질감·보관은 레시피 페이지에서.
우리 집 화물칸 기록, 그리고 간식
식단 얘기를 하면 다들 비장한 밥상을 상상하는데, 실제 식탁은 수수했다.
위의 캐스팅들이 돌아가며 나왔고, 조연은 단호박에 버터 넣은 퓨레, 고구마 조금, 양파.
간식은 초기·중기엔 거의 없었다. 다른 영양소가 들어갈 틈이 없어서 간식 줄 여유가 없었다는 게 맞다.
그 시기 간식이라면 떡뻥 정도였는데, 나는 금지하는 대신 개수를 셌다. 할머니 손은 빠르다.
예외가 하나 있었다. 마카다미아넛 버터. 6~7개월부터 하루 반 티스푼씩 간식으로 줬다. 단, 설탕이나 기름, 소금이 안 들어간 순수 마카다미아 100%짜리여야 한다. 라벨에 재료가 마카다미아 하나만 적힌 것.
이유는 둘. 지방 폭탄인데 견과류 중에 항영양소가 적은 편이고, 알레르기 유발 식품은 오히려 일찍 노출시키라는 게 요즘 권고라서다. 1편에 쓴 땅콩 연구가 그 방향을 만들었다.
다만 정확히 하자. 땅콩 알레르기 예방은 땅콩으로 해야 한다. 견과류는 종류마다 따로 도입하는 거라, 마카다미아를 먹였다고 땅콩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형태도 중요하다. 견과류 통째는 절대 금지고, 넛버터도 되직하면 질식 위험이 있어서 모유나 따뜻한 물에 묽게 개거나 퓨레에 섞어서 준다.
후기로 가고 돌이 지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둘째는 활동량이 늘고 먹는 양도 늘었다.
그때부터 위의 고구마·바나나·호박 지방폭탄빵, 히스타민 적은 어간장을 발라 말린 비프칩(식품건조기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많다), 간칩, 바나나 말린 칩 같은 걸 줬다.
간식 선반의 지분을 떡뻥에서 조금씩 빼앗아 온 셈이다. 이건 추후 유아식 편이나 별도 레시피로.
돌이 지나고 나서 쌀이 합류했다. 지금 둘째 식판은 진밥 반, 연어 반이다. 쌀은 조연으로 들어왔고 주연 자리는 여전히 반찬 쪽이다.
쌀을 왜 미뤘는지는 7편 「돌 전 쌀 없는 이유식 1년, 아기는 뭘 먹었나」에.
소금 이야기
소금 간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더라. 이것도 따로 포스팅을 파서 디테일하게 다루겠다. 결론만 말하면, 나는 6개월부터 간을 했다.
설렁탕에 굵은 소금 퍼넣듯이가 아니고, 이유식 먹을 때마다 암염이나 바다소금 반 꼬집에서 한 꼬집.
먼저 공식 지침부터 정직하게. 국내외 지침은 돌 전 소금 간을 권하지 않는다.
6~11개월 나트륨 충분섭취량은 하루 370mg이고, 모유나 분유로 이미 하루 100~200mg이 들어온다.
소금 한 꼬집이 대략 0.3g, 나트륨으로 120mg이다. 반 꼬집이면 60mg.
계산해보면 이렇다. 반 꼬집을 세 끼면 180mg, 수유분 합쳐 300mg 남짓으로 370mg 아래다.
한 꼬집을 세 끼면 360mg, 수유분 합치면 기준을 넘는다.
그러니 우리 집이 한 건 “간을 했다”기보다 “반 꼬집으로 재료 맛을 열어줬다”에 가깝고, 한 꼬집은 하루 한 끼 정도였다.
반 꼬집은 기준 안, 한 꼬집 세 끼는 기준 밖. 우리 집이 “간”이 아니라 “반 꼬집”이었던 이유.
미네랄은 덤이다. 과자 사면 질소가 딸려오듯, 암염이나 바다소금을 쓰면 짠맛에 다양한 미네랄이 딸려온다.
반 꼬집으로 하루 필요량을 채우는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다.
그래도 나는 이 시기에 이 정도로 미량씩, 다양한 미네랄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소금의 본업은 짠맛과 감칠맛으로 재료의 맛을 살려서 아기가 고기 접시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고, 안성재 셰프가 간을 보는 이유와 같다.
신장 걱정은 이렇게 본다. 아기 콩팥은 돌 무렵이면 사구체여과율이 어른 수준에 도달한다.
사구체여과율이란 콩팥이 1분에 피를 얼마나 걸러내는지를 재는 수치다. 콩팥 성능의 기본 계기판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아기는 이미 뱃속에서 연습을 하고 나온다. 염분 농도 0.8% 수준의 양수를 하루 수백 mL씩 삼키고, 콩팥으로 걸러서 다시 양수로 내보내고, 그 양수를 또 삼킨다.
흡수와 배출과 재흡수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그 기관을 완성시켜 태어나는 것이다. 나트륨은 악당이 아니다. 과하면 안 좋은 거지. 물도 많이 먹으면 죽는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건 설탕, 액상과당, 정제 씨앗기름, 정제 탄수화물이지 반 꼬집 소금이 아니다.
다만 이건 우리 집의 판단이고, 지침은 무염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과일 이야기
과일과 과일 퓨레는 돌 전엔 주지 마라. 아니, 우리 집은 두 돌까지 미뤘다.
둘째는 어쩌다 가끔, 돌 전에 먹은 게 다섯 손가락 안이고 양도 개미똥만큼이었다. 돌 이후엔 바나나 정도.
이건 절반은 공식이고 절반은 우리 집 판단이다. 공식 쪽부터.
미국소아과학회는 돌 전 과일주스를 주지 말라고 하고, WHO는 두 돌까지 유리당이 많은 음식을 피하라고 한다.
파우치 과일 퓨레는 그 유리당 덩어리다.
통과일을 두 돌까지 미룬 건 우리 집 판단이다. 이유는 둘. 아기는 과당 처리 능력이 아직 낮아서 과당 흡수 장애가 어릴수록 흔하다.
그리고 맛의 순서다. 단맛보다 짠맛, 감칠맛, 쓴맛, 신맛부터 경험해야 한다.
앞의 영국 연구에서도 덩어리 음식을 일찍 시작한 아이들이 쓴맛·신맛 채소를 더 먹었다. 단맛은 제일 마지막에.
단맛은 제일 마지막에. 새우깡 한 봉지 먹고 밥이 맛있겠는가.
과일이나 퓨레를 먹기 시작하면 밥을 안 먹는다. 어른이랑 똑같다. 새우깡 한 봉지 다 먹고 밥이 맛있겠는가.
왜 두 돌까지 미뤘는지는 추후 포스팅에서.
시판 이유식으로 조립하는 법
1편에서 맞벌이 부모에게 약속한 부분이다. 바꾸는 건 노동량이 아니라 관점이라고 했으니, 관점으로 조립하는 법을 적는다. 조합법을 시판 위에 얹으면 된다.
시판 소고기죽 + 포션 버터 하나. 주연(지방)이 생긴다. 추가 시간 30초.
시판 죽 + 반숙 노른자 얹기. 서브주연이 앉는다.
시판 죽은 절반만, 나머지 절반은 다진 소고기 볶음. 한 번에 만들어 소분 냉동하면 일주일이 간다.
시판을 버리라는 게 아니다. 시판을 조연으로 내리고 그 위에 주연과 서브주연을 얹으라는 것이다.
바꾸는 건 노동량이 아니라 관점이다.
자주 받는 질문
Q. 소고기 매일 줘도 되나.
된다.
WHO나 미국소아과학회 같은 기관의 가이드를 비판 없이 100% 믿는 건 아니지만, 그 기관들조차 6개월 이후 동물성 식품을 매일 먹이라고 권고한다.
그렇다고 살코기만 때려넣으라는 말이 아니라는 걸 다시 강조한다. 아기 신장은 아직 어른만큼 성숙하지 않다.
우리가 집중하는 건 동물성 지방이지 단백질 빵빵이 아니다.
Q. 노른자 매일 줘도 되나.
된다. 우리 집은 6개월부터 하루 하나였다.
Q. 생선은 주 몇 번.
우리 집은 연어를 거의 매일, 대구·고등어를 번갈아. 수은 낮은 작은 생선 위주로, 참치 같은 큰 생선은 피한다.
Q. 간은 얼마나.
한 스푼, 주 1~3회가 우리 집 상한선이다.
자연 식품의 A는 괜찮다고 보지만 상한선을 둔 이유와 대구간유 합산은 6편, 비타민 A 자체는 별도 포스팅에서.
Q. 대구간유 먹여도 되나.
우리 집은 먹였고, 6편에서 용량 계산하다가 놀란 기록이 있다. 제조사 안내가 영아는 방울 단위다.
먹일 거면 그 편을 먼저 읽고 소아과에서 한 번 물어봐라. 근데 소아과에선 십중팔구 주지 말라고 할 거다. 대구간유가 나빠서가 아니다.
몰라서일 확률이 높다. 소아과 선생님은 바쁘다. 이건 우리가 공부하자.
Q. 쌀은 언제부터.
우리 집은 돌 이후. 근거는 7편. 남의 집 정답은 아니다. WHO 모델링의 주당 53g은 참고할 만한 숫자다.
Q. 양은 얼마나.
아기가 정한다. 영양 밀도가 높으면 30g도 충분한 날이 있다. 진짜 성적표는 성장곡선이고, 끼니가 아니라 일주일 단위로 본다.
Q. 알레르기 도입은.
새 재료는 하루 하나씩. 늦추는 게 예방이 아니라는 건 1편에. 중증 아토피나 기존 알레르기가 있는 고위험군은 시작 전 소아과 상담.
Q. 이도 없는데 고기를 씹고 삼킬 수 있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기의 치조골은 단단하다. 지금 당장 손 깨끗이 씻고 아기 입에 손가락 하나 넣어봐라.
생각보다 아플 거다. 그 힘으로 입에 들어온 음식을 으깬다. 그래도 고기가 질기고 잘 못 삼키는 것 같으면 갈지 말고 다져라.
다져야 식감이 살아 있고, 식감이 살아 있어야 씹기 골든타임이 산다.
Q. 채소 안 주면 변비 생기지 않나.
오히려 변비를 잡겠다고 넣은 채소가 변비를 만드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팩트 하나부터. 인간은 섬유질을 소화하지 못한다.
변비 때문에 먹는 채소나 섬유질은 영양으로 흡수되는 게 아니라 소화되지 않은 채 장을 밀고 내려오는 거다.
그런데 섬유질은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어야 밖으로 나가는데, 아직 물을 충분히 못 마시는 아기 장 속에서는 오히려 주변 수분까지 빨아들인다.
이유식 단골인 오트밀이나 섬유질 범벅 채소가 아기 뱃속에서 부드러운 변이 아니라 벽돌이 돼 장을 틀어막는다는 뜻이다.
아기 똥을 매끄럽게 밀어내는 진짜 열쇠는 거친 풀잎 찌꺼기가 아니라 동물성 지방과 제대로 된 수분이다.
지방은 장벽을 코팅하는 천연 윤활유고, 담즙 분비를 자극해 변이 걸림 없이 미끄러져 내려가게 만든다.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넘기는 아기한테 채소와 오트밀만 욱여넣을 게 아니라, 충분한 수분과 함께 질 좋은 동물성 지방을 든든하게 둘러줘야 한다.
그러니 변비의 채점표도 “채소 몇 그램”이 아니다. 뻣뻣한 장을 미끄러뜨릴 기름길을 열어줬는가다.
인간은 섬유질을 소화하지 못한다. 밀어내는 건 풀잎 찌꺼기가 아니라 지방과 물이다.
교통법규, 다시
1편의 두 줄에 세 줄을 보탠다. 돌 전 꿀 금지. 둥글고 매끈한 건 4등분, 견과류 통째 금지.
조개와 계란은 익혀서(반숙은 위에 쓴 대로 내 판단). 오징어처럼 질긴 재료는 아주 잘게.
그리고 이 시리즈는 만삭으로 태어난, 정상 체중의, 가족력 없는 두 아이의 기록이다.
미숙아, 저체중아, 대사 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소아과가 먼저다.
DON’T PANIC, 다시
이 매뉴얼을 매일 완벽하게 지킨 집은 없다. 우리 집도 없었다. 떡뻥 개수를 세다 놓친 날이 있고, 주연 없이 단호박만 나간 끼니도 있었다.
성적표는 끼니가 아니라 일주일 평균이고, 채점관은 내가 아니라 성장곡선이다. 그 둘이 괜찮으면 괜찮은 거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부모들이여, 당황하지 마라. 이제 캐스팅하는 법을 안다. 실제로 어떻게 캐스팅했는지는 레시피 페이지에서 한 접시씩 보여주겠다.
여러분보다 조금 먼저 이 은하수를 항해하고 있는 선배로서, 내 시행착오와 고민들, 그리고 뚝배기가 깨졌던 나날들이 여러분의 항로를 밝혀줄 것이다.
1편을 아직 안 읽었다면 「이유식이라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모험가들을 위한 안내서 1편 : DON’T PANIC」부터. 우리 집이 실제로 항해한 기록은 「고기와 지방 이유식」 시리즈 1편부터 8편까지.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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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860515 - Northstone K, et al. The effect of age of introduction to lumpy solids on foods eaten and reported feeding difficulties at 6 and 15 months. J Hum Nutr Diet. 2001.
https://pubmed.ncbi.nlm.nih.gov/11301932/ - Institute of Medicine. Dietary Reference Intakes for Iron (흡수율 가정과 영아 철 필요량 산출 근거). 2001.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222309/ -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철·나트륨 영아 기준).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411010200&bid=0019 - WHO. Guideline for complementary feeding of infants and young children 6-23 months of ag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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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00467-020-04632-1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이유기보충식(이유식)」.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5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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